나라를 나눠먹던 두 가문
정치 경제적으로 '필리핀이라는 국가를 통채로 나눠먹던' 마르코스와 두테르테 두 가문이 최근 갈등으로 급격히 사이가 틀어져 삐걱거리고 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는 1965~1986년까지 독재정치와 사치생활로 쫒겨나 가문이 하와이로 망명까지 가야할 정도였다.
또 로드리고 투테르테는 2016~2022년 대통령이 된 뒤 강력한 마약 소탕 정책으로 수천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의 억울한 죽음으로 원한을 많이 샀다.
그러나 이들 두 가문은 서로 협력해 2022년 마르코스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가 대통령으로, 두테르테의 딸인 세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손을 잡고 러닝메이트로 당선됐다. '두 가문의 영광'을 자손들이 계속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장기집권 의도가 숨어있는
헌법개정으로 갈등 불거져
하지만 최근 마르코스 주니어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두테르테 가문쪽에서 "마르코스 집안의 장기집권 의도가 숨어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갈등이 불거졌다.
세라 투테르테 부통령의 아버지인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마르코스 주니어를 향해 "마약중독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화가 난 마르코스 주니어는 그의 발언을 두고 "펜타닐(마약) 부작용"이라고 맞받아쳤다.
더구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남부 민다나오섬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서, 두 가문간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민다나오섬 출신인 두테르테는 이 지역의 강력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분리독립을 주장하면서, 자치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마르코스 주니어는 이 섬의 분리독립을 헌법위반으로 간주하고 국가통합이 우선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화난 마르코스 주니어
"ICC의 두테르테 수배"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혀
화가 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측은 "수천명의 희생자를 낳은 '마약과 전쟁'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두테르테 전 대통령을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국제체포수배)를 하면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얼마전까지 만도 두 가문간 사이가 좋을 땐 "ICC의 조사는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었다.
두테르테는 대통령 재직때 마약과 전쟁을 벌여 수천명의 혐의자들을 법정에 세울 것도 없이 '초법적 살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두테르테는 필리핀 의회의 '마약과 전쟁 조사위원회'에 참석해 "나는 숨길 것이 없다. 내가 한 행동은 내 나라와 젊은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변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겠다. 내 명령에 따른 경찰 행동(마약 소탕작전으로 용의자들을 사냥하는 암살단)은 법적, 도덕적으로 모두 내가 책임을 지겠다. 내가 지옥에 가야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테르테(79)는 이어 "나는 이미 늙었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 ICC는 전혀 무섭지 않다. 빨리 와서 내일이라도 나를 조사해라. ICC조사관이 오면 발로 걷어차겠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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