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향방을 가늠할 임시주주총회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경영권 당사자인 3자연합과 형제 측이 임시주총 표심 잡기에 나선 가운데 한미약품그룹 재단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상당수를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압박이 주총 변수로 작용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는 3자 연합의 요구로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의 신규 이사 선임안 등이 표결에 부쳐진다.
업계에서는 정관변경의 건은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별의결사안인 정관변경이 통과되려면 출석 주주 3분의 2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 지분 구조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3자연합(한양정밀 신동국 회장‧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이 48.13%, 형제(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측은 29.07%다.
반면에 출석 주주 주식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신규이사 선임의 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 단독으로 이사회 진입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자 연합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고 있는 재단(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에 대한 형제 측의 압박 수위가 커지면서다. 앞서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한미사이언스는 “재단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압박을 가할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두 재단의 한미사이언스 보유 지분은 8.09%다. 지난 3월 주총에서 두 재단은 모녀 측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기부금 지급 중단·경찰 고발, 전방위 압박
재단에 대한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한미사이언스는 현재 두 재단 운영에 사용되는 ‘기부금’ 지급을 중단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9월 한미사이언스는 양 재단에 “적절한 확약 등이 이루어질 때까지 당사 및 당사의 주요 자회사들은 귀 재단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보류할 것임을 알려드린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재단의 출자 구조나 그동안의 기여도, 자금 유치 방식이 대주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진행됐으니, 재단은 어느 한쪽으로 쏠린 결정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 고발도 나오는 상황이다. 임종윤 사내이사 측 관계자에 따르면, 임 이사 측근인 코리그룹 한성준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고발장 내용을 보면, 박 대표가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3차례에 걸쳐 한미약품 이사회 승인없이 가현문화재단에 약 119억원을 기부해,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는 내용이다. 이런 기부행위가 주주총회 의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번지는 만큼, 엄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약품 측은 “고발의 주체인 임종윤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10여년 기간에도 이사회 의결없이 100억원 이상 가현문화재단 기부가 진행됐었다”며 “가현문화재단은 독립적 이사회를 통해 운영되는 공익재단으로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모든 중요 업무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진행된다”고 반박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재단에 중립 혹은 불일치 의사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중립은 표결 불참을, 불일치 의사결정은 출연 비율에 따른 의사결정을 뜻한다. 재단이 중립을 결정할 경우 3자연합 지분은 40.04%가 되므로, 신규이사 선임을 위한 과반수 지분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 경우 소액주주나 국민연금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진다. 국민연금은 지분 5.89%를 보유 중이다.
불일치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현재 재단 보유 지분 8.09%가 상속 비율에 따라 배우자인 송 회장 1.5, 나머지 남매에게 각각 1의 비율로 쪼개질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3자 연합과 형제 측에 각각 2.5대 2 비율로 나눈 4.49%, 3.60%의 지분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성기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지속 가능성과 목적 사업 영위를 최우선으로 두고 정관에 따라 원칙과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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