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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상생은 단순히 지역 사회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키워드다. 특히 수도권을 벗어난 지방에 위치한 호텔에게 지역 상생은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이다.
최근 다양한 지역 협업을 통해 특색있는 관광 콘텐츠로 여행객의 발길을 이끄는 지역 상생에 진심인 호텔이 있다. 바로 국내 대표 로컬 호텔 체인 브랜드 ‘라한호텔’이다. 국내에 대표적인 관광 명소에 자리 잡은 라한호텔은 올해부터 경주를 시작으로 목포, 전주, 울산, 포항 등 지역마다 다양한 로컬 자원을 활용한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역의 가치와 문화를 담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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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한호텔 전주는 지난 9월 27일, 서학동예술마을협의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투숙객이 서학동 마을 곳곳에 있는 특색 있는 공간과 볼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로 전주를 떠올리면 한옥마을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숨은 명소들이 많다. 전주의 숨은 명소 중 대표적인 곳이 ‘서학동예술마을’이다.
서학동예술마을은 전주 한옥마을이 인기를 얻으면서 상권에 밀린 화가, 자수가, 사진작가, 도예가 등 예술인들이 2010년부터 서학동으로 모이면서 형성된 예술촌이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한옥마을과는 달리 예술적이면서 차분한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전주의 숨은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라한호텔 전주는 서학동예술마을의 가치를 높이는데 기여하고자 ‘서학동예술마을 가을 산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호텔 투숙객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투어 가이드와 함께 서학동을 산책하며 마을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 프로그램 참가 비용은 인당 5천 원이며, 참가자에게는 코닥 카메라 무료 대여와 필름 30매를 제공해 서학동을 배경으로 사진으로 추억을 남겨볼 수 있도록 했다.
로컬상생 프로젝트 통해 진정성 있는 관광 콘텐츠 만들어 내
국내 호텔 중 지역 상생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라한호텔 전주를 방문하여 지역과 관련해 호텔이 진행하는 활동에 대해 알아보고 ‘서학동예술마을 가을 산책 프로그램’을 신청해 체험해 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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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 층에 있는 라이프스타일 북스토어&카페 ‘전주산책’은 겉만 보면 단순히 차를 마시고 책을 보는 서점처럼 보이지만 이곳도 지역 상생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주산책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로컬 브랜드에서 만든 개성 있는 굿즈를 판매한다. 전주한옥마을의 인기 기념품샵 ‘안녕전주’의 일러스트 엽서부터 전통미와 현대미를 갖춘 생활도자기 브랜드 ‘우도예’, 아기자기한 가방과 패브릭 소품으로 유명한 ‘소모(somo)’, 전통매듭 명인 양인숙 작가의 팔찌와 키링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주산책은 로컬 상인과 크리에이터들의 판로를 확장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동시에 호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기념품을 선보일 수 있어 일거양득의 효과를 내고 있다.
라한호텔 전주 이희영 객실 팀장은 “라한호텔의 ‘로컬상생 프로젝트’는 국내를 대표하는 로컬 호텔 체인 브랜드로서 매출보다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시작한 사업인 만큼 진정성 있게 로컬상생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학동예술마을 가을 산책 프로그램’은 1일 최대 3팀(12명 한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호텔 체크인 당일 프론트 데스크에서 신청하면 된다.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호텔에서 나와 전주천 다리를 건너면 예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학동 예술마을에 도착한다. 호텔에서 도보로 10분이면 도착한다.
촌장이 가이드로 나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 ‘서학동예술마을 가을 산책 프로그램’
마을 입구에는 서학동 마을 안내도가 있어 길을 헤매지 않도록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서학동 예술마을은 말 그대로 예술마을답게 곳곳이 공방, 갤러리, 소품샵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좁은 길로 이어진 골목에는 사람 냄새 폴폴 나는 따뜻한 감성의 벽화들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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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숙 서학동 촌장은 ‘서학동예술마을 가을 산책 프로그램’의 투어 가이드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한숙 촌장은 서학동 마을에 대한 히스토리와 작가별 특징과 작품에 대한 설명 등을 생생하고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기본적인 투어 코스는 정해져 있지만 마을 상황이나 휴무일 등에 따라 한숙 촌장이 코스를 유연하게 바꿔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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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는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서 시작한다. 아담하면서도 소박한 도서관으로 오래된 카페 겸 전시관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도서관과 전시관이 어우러진 색다른 곳으로 바꿨다. 기존 건물의 독특한 구조와 야외정원 등의 특색은 그대로 살린 채 예술마을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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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밖으로 나가 바로 옆에 담쟁이 갤러리로 향했다. 담쟁이 갤러리에서는 주기적으로 전시회를 연다. 특히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과 타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상시 운영 갤러리다. 공간은 크지 않지만 전주 로컬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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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옛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학동에는 떡집, 쌀집, 카페, 이발소 등과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공방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개성 넘치는 공방과 소품숍에서는 즉석에서 만들기 체험도 신청해 해볼 수 있다. 마을 골목골목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으로 불쑥 들어가서 전시된 작품을 구경해도 실패할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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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은 마을을 잇는 골목길이 매우 인상적이다. 삭막했던 서학동의 골목을 개성 있고 예쁜 골목으로 변신시킨 것 또한 서학동의 예술가과 주민들이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김지연 관장을 필두로 도내 미술인과 골목 주민들이 똘똘 뭉쳐 '서학동사진미술관 골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골목 벽에는 타일을 이용해 나무와 풀, 꽃잎 등 자연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으며 시원한 바다 풍경을 그려 넣은 벽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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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동사진미술관으로 들어가면 한옥 서까래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린 천장과 나무 기둥이 옛 멋을 전해준다. 카페에서는 간단한 음료와 함께 김 관장이 펴낸 사진집들도 만날 수 있다. 본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548일간의 성당 건축 과정을 앵글에 담은 김주희 사진가의 개인전 '기도의 땅'이 열리고 있었다. 오는 17일까지는 정석권 사진작가의 '풍경산책' 개인전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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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위치한 ‘열린마당’은 주말에는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플리마켓을 여는 공간이자 종종 야외 영화제가 진행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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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투어를 통해 구석집, 적요쉼쉬다, 이소공방, 벼리채 등 아기자기한 예술인의 공간들을 둘러본다. 갤러리가 아니더라도 서학동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에 참여한다.
한숙 서학동 촌장은 “전주를 대표하는 라한호텔에서 서학동과 더불어 여기에 살고 계신 예술가들의 작품들까지 함께 알릴 기회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라며 “전주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한옥마을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한적한 전주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서학동예술마을도 꼭 찾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