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자동차업계가 미국과 중국발 이슈 여파로 덩달아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대선서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해 국산 전기차 수출길이 위기를 맞았고, 중국 BYD는 13일 미루고 미루던 전기 승용차 브랜드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 등 국내 기업엔 모두 악재다. 업계는 이 같은 글로벌 환경 변화에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당국의 외교 및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이 누구든 우리 갈 길을 가겠다”던 현대차는 이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모양새다.
앞서 미 대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전기차와 IRA에 좀 더 우호적이라는 분석이 있어,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기업엔 해리스 당선이 더 유리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란 악재를 맞은 현대차그룹 등은 평년보다 빠른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결정하며 신속한 대응체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평년보다 빠른 조직개편···美 전략 집중 점검
특히 13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트랜시스 등 계열사에 새로운 대표이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최근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겪은 부품기업 현대트랜시스의 여수동 사장이 사임하는 등 올 연말부터 닥칠 자동차 업계 변모로 인해 관련 기업 임원 인사까지 당겼다는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현대차 사장, 호세 무뇨즈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자(COO) 등이 미국 동부를 찾아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미국의 글로벌 완성차 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상용차 공동 개발, 생산 및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등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은 점도 대응책 중 하나란 평가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사상 최초로 협약을 맺은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가 대선을 목전에 둔 미국의 대기업이란 점도 의미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왜 하필 지금? BYD 승용차 브랜드 한국 출범 공식화
공교롭게도 미 대선 결과로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 최대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가 승용차 브랜드의 한국 출범을 13일 공식화했다. BYD코리아는 그동안 1톤 트럭 T4K와 버스 등 상용차만을 팔아 승용차 판매 시점에 대한 추측만 계속됐던 상황. 그간 말을 아껴온 BYD코리아가 “승용차를 판매하겠다”고 직접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BYD코리아는 “지난 수개월간 승용차 브랜드에 대한 국내 사업성에 대한 검토를 다각도로 진행해 왔다. 2025년 초를 목표로 BYD 브랜드의 국내 공식 출범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승용차 판매 시작을 시사했다.
조인철 BYD코리아 승용사업부문 대표는 “글로벌 성공 경험과 함께 뛰어난 기술력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겠다”며 “출시 일정 등 그 외 승용차 사업에 대한 상세 내용은 추후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안내해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BYD 승용차 판매 첫 타자로 중형 세단 ‘씰’과 소형 SUV ‘아토3’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최근 환경부 인증절차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판매 가능성은 더 커졌다. 판매가격은 환경부 인증 후, 주행가능거리와 배터리 에너지 효율 등에 따라 보조금이 정해져야 확실해진다.
지난해 일본 시장 진출 시 아토3의 현지 시작 가격은 440만엔(약 3940만원)임을 감안하면, 한국 시장엔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 선에서 해결엔 한계···정부 차원 대응책 필요”
한편 BYD코리아의 이번 발표로 현대차‧기아가 또 한 번 입길에 올랐다. 특히 ‘전기차 대중화’ 목표를 발표한 기아는 EV3, EV4, EV5 등을 차례로 출시 중이다. 정원정 기아 부사장은 지난 5월 더 뉴 EV6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기아 EV6는 물론, 앞으로 출시할 EV3‧4‧5 출시로 국내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는데 망설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송호성 사장도 지난해 기아 EV 데이에서 “기아가 EV모델 대중화로 전기차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내년 출시하는 각 전기차의 가격과 성능면에서 두 브랜드가 맞붙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과 외교적 도움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13일 열린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계와의 간담회서도, 업계는 미국과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정부가 역할을 해줄 것을 한 목소리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정부는 주요 업계와 함께 ‘민관 대미협력 전담반(TF)'를 구성해 본격 가동하고 글로벌 통상전략회의 등을 통해 지속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완성차 주요 기업 관계자는 “올 연말 대외환경 변화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시기”라며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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