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공여국 범위 넓혀야"…개도국 "선진국 공공재원 확대가 우선"
프랑스 불참, 아르헨티나 중도 철수로 분위기 어수선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세계 각국 대표가 모여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올해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각론을 두고 이견이 이어졌다.
기후위기 대응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로 그렇지 않아도 행사장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일부 국가는 외교적 갈등을 드러내며 참가를 취소하기도 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11일(현지시간) 개막한 COP29에서 당사국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얼마나, 어떻게 조성할지를 담은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NCQG·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초안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중·저소득국의 기후변화 대응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재원 확충 논의는 출발한다.
선진국 주도로 연간 1천억 달러(140조여원) 규모의 재원을 만들자는 기존의 계획은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내년부터 적용할 새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이번 총회에 참석한 국제 전문가 그룹은 2035년까지 연간 1조 달러(1천400조여원) 이상의 자금을 선진국이 기여해야 지구온난화를 목표 수준 내로 통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당사국들은 이처럼 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했다. 이번 COP29가 '재정 총회'라고 불리는 이유도 결국 돈과 엮이게 되는 기후위기 대처 방안을 정교하게 논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등 주요 개발은행들은 이번 COP29에서 중·저소득국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금융지원 규모를 2030년까지 기존 대비 60% 늘어난 1천200억 달러(167조7천억여원)로 늘리겠다며 진전된 약속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 재원을 확충하기 위한 각론을 놓고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선진국은 재원 마련에 동참하는 공여국 범위를 넓히고 민간 자본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고, 개도국에선 선진국의 공공재원 출연부터 확대하라고 주장하면서다.
COP29 개최국 아제르바이잔의 옐친 라피예프 외무장관은 민간 참여보다 선진국들의 공공 지원 확대로 개도국을 돕는 방안을 찾는 것이 이번 총회의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반면 예니퍼 모르간 독일 기후특사는 "공적 자금만으로 모든 자금 수요가 충족될 수 없는 점은 분명하다"며 민간 참여 필요성을 부각했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중국 등이 재원을 적극적으로 부담하지 않으면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이 불러올 미국의 정책 변화도 이번 총회에서 또다른 쟁점이 됐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1기 당시 미국은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약속인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한 바 있다.
미국의 파리협정 재탈퇴 가능성이 점쳐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제 연구단체 '기후분석'의 소피아 곤잘레스 연구원은 14일 "내년 트럼프 집권 2기에서 그의 공약대로 정책이 시행되면 지구 온난화 예상치에 0.04도가 추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당사국 간 외교 갈등까지도 불거졌다.
개최국인 아제르바이잔의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남태평양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투표권 문제를 놓고 벌어진 유혈 사태를 거론하며 "인권침해를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언급한 게 계기였다.
프랑스는 총회 불참을 전격 선언했다. 프랑스 상원 방송 퓌블리크 세나에 따르면 아녜스 파니에 뤼나셰르 프랑스 환경장관은 13일 상원 대정부 질의에서 "억압적인 정권인 아제르바이잔이 인권 문제를 훈계하는 건 아이러니"라며 COP29에 불참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대표단도 이날 COP29에서 돌연 철수하기로 했다. 대표단의 아나 라마스 수석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정부의 철수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라마스 수석대표는 구체적인 철수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해온 극우 성향 정치인이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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