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수능-현장스케치] 떨리는 마음 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기록

[2025학년도 수능-현장스케치] 떨리는 마음 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기록

금강일보 2024-11-14 18:38:59 신고

3줄요약
▲ 14일 만년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친구와 포옹하고 있다.

대학입시를 가를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에서 고등학생이라면 한 번은 접할 수밖에 없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다. 매년 교육과정과 입시판도가 요동치는 게 다반사라지만 올해는 더욱 변수가 많다. 사상 최대 규모의 N수생부터, 의과대학 정원 증원, 무전공 입학 확대 등 변수의 연속이다. 14일 2025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이날 하루는 전국이 설렘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침:숨길 수 없는 긴장감

수능일 새벽부터 만년고등학교에는 수험생을 교문까지 배웅하는 차량과 수많은 가족들로 가득했다. 홀로 자전거를 타고 교문을 들어서는 수험생부터 아침이슬과 함께 온 옅은 추위에 단단히 무장한 수험생들, 자신의 시험장을 휴대폰 카메라로 기록하려는 이들 모두에게서 사뭇 수능의 비장함이 엿보였다.

포근할 것이라는 예보와 다르게 밤새 차가워진 공기는 아침을 맞은 시험장도 가득 에워쌌다. 함께 모여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신자들, ‘잘 볼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마’라는 뜨거운 격려, 말 없는 포옹을 건네고 정성 가득한 도시락을 손에 쥐어주는 학부모까지 저마다의 응원 행렬이 이어졌다. 위로와 격려의 말에 수험생들은 아무 걱정 말라는 든든한 말을 남긴 채 홀연히 시험장으로 떠나면서도 그 무게감은 퍽 가볍지만은 않는 법이다.

누구 하나 가릴 것 없는 수능의 긴장감은 교문이 닫힐 때까지 계속됐다. 도시락을 놓고 간 수험생 때문에 버선발로 달려온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도시락 꼭 가져가’라고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수험생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부모님 차에서 내리던 한 수험생은 휴대폰을 떨어뜨린 것도 모른 채 교문으로 걸어가기도 했다. 수능은 수능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든든한 이들의 응원이 있다는 것이다. 교문을 들어서기 전 한 수험생은 친구들과 함께 ‘수능 만점 맞아서 유퀴즈 나가는 거 아니야’라는 응원피켓을 들곤 수줍게 웃어보였다. 친구와 가벼운 포옹을 끝낸 뒤 이들도 곧장 응원피켓을 내려놓고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오전 8시 10분, 교문이 닫히고 대망의 수능이 시작됐다.

◆오후:끝의 시작

오후 4시 50분쯤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 교문. 낯설고 긴장되는 시험장에서의 8시간 사투가 끝났다. 수험생들이 해방감을 맞은 듯 환한 웃음 속 쏟아져 나왔다. 12년 간 어깨에 짊어졌던 부담을 내려놓는 순간이다. 이슬비가 내리는 와중에 교문 앞은 노심초사하는 학부모, 수능이라는 험난한 길을 지나온 수험생들의 포옹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이제 수능이 끝난 수험생들의 관심사는 시험이 ‘물수능인가, 불수능’인로 맞춰진다. 수능의 난이도가 곧 다가올 입시의 향배를 가늠하기 때문이다. 재수생 A(20) 씨는 “모든 영역이 내겐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며 “집에 돌아가 가채점을 하고 어느 쪽으로 입시를 진행할 지 정하려고 한다. 쉽다고 느껴진 만큼 실수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대전 B 고등학교 3학년 이 모(19) 양은 “수학은 모르겠는데 그 외엔 전반적으로 쉬웠던 것 같다”며 “오늘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쉬고 내일부터 친구들과 시간을 가지고 싶다“라고 웃었다. 수험생 딱지는 이제 끝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입시의 터널은 이제 종반을 막 지나왔을 뿐이다. 그래도 수 년간 끝없이 달려왔으니 잠시는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려도 좋지 않을까. 노력했던 시간을 믿은 채 말이다. 전국 52만 명의 수험생들에게 퍽 힘겹고도 가벼운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다.

14일 만년고등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수험생이 교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14일 만년고등학교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수험생이 교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학부모와 가족들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학부모와 가족들이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오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오고 있다.
14일 만년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응원피켓을 들고 있다. 14일 만년고등학교에서 한 수험생이 응원피켓을 들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오고 있다. 14일 대전둔산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 교문을 나오고 있다.

글·사진=이재영 기자 now@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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