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을 중심으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보험금 30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신탁을 활용해 본인이 계획한대로 사망 보험금 지급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길이 열렸다.
은행에서도 해당 상품을 출시했지만 생보사가 경쟁력 측면에서는 앞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신보험 판매를 통해 사망보험금을 직접 지급하는 생보사가 1차적으로 보험금 청구나 지급 정보 등을 갖고 있어 신탁 취급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 발맞춰 상품 속속
금융위원회가 지난 3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법무처와의 협의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을 마련한 내용이 지난 1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으로 본격화됐다.
이에 발맞춰 삼성생명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하고 당일 1호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자는 50대 여성 CEO로 해당 계약은 본인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같은 날 미래에셋생명도 해당 상품을 출시했으며 흥국생명도 이날 출시와 동시에 1호 계약이 체결됐다. 계약자는 기업체 임원인 50대 남성으로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 전까진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 보험금의 50%씩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날 은행권으로서는 하나은행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처음 도입해 1-2호 계약 체결까지 이뤄냈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분야에서 14년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은행권 최초 계약까지 이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망보험금 지급 맞춤 설계 장점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위탁자)가 사고를 당할 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인 금융기관(수탁자)이 보관·관리·운용 후 사전에 계약자가 정한 방식대로 신탁 수입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주식·채권 같은 금전재산이 아닌 보험금 청구권까지 신탁 대상이 되면서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며 수익자가 직계존비속 및 배우자 등 일정요건을 갖춘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 보험 계약이 있다면 누구나 해당 상품을 가입할 수 있게 됐다.
최대 장점은 피보험자가 사망전 신탁 계약 체결을 통해 수익자가 받게 될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이나 금액, 시기 등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익자 사전 지정으로 유가족 간 다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자녀의 경제적 자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판매가 활발한 상품이다. 미국이 신탁회사를 중심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면 일본에서는 보험사가 주력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은 일본 보험사들을 벤치마킹한 경우다.
신탁 특성상 생보사 영업 메리트↑
이번 보험금청구권 출시로 생보사들은 신탁업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경쟁력을 높일 전망이다. 일찌감치 신탁업에 진출한 생보사들도 있지만 과거에는 본업과 연계될 수 있는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같은 상품은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생명은 2007년 9월 보험업계 최초로 신탁업 겸업 인가를 받았지만 당시만 해도 주가연계증권(ELS) 등 증권사가 판매하는 상품들을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투자 이미지가 강해 자산관리와 관련해서도 투자 관련 자문이 많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미래에셋생명 박성철 본부장은 2010년부터 금융당국에 규제개선을 건의하는 등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의 필요성은 강조해왔다며 “보험금청구권신탁 상품 출시를 통해 사망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수익자 재정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역시 같은 해 신탁업 자격을 취득했으며 상대적으로 이번 상품과 가까운 가족 자산관리와 관련한 유언대용·장애인·치매·증여·상조신탁 영업에 일찌감치 진출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신탁업 인가를 받은 생보사에는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이 있다.
이들 생보사들은 타금융업권에 비해 보험금 지급과 청구 정보에 직접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또한 생보사 내에서도 고객 계약정보에 대해서는 타사의 경우 접근이 제한적이기에 자사 보험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타사 고객도 가입할 수 있지만 금융사별로 해당 신탁의 대상이 되는 보험계약에 대한 정보교류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퇴직연금 실물 이전 시스템처럼 사별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제약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에는 그런 제약들 때문에 보험사들이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신탁 계약 체결이나 마케팅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신탁을 체결하려면 보험계약대출이 없어야 하다보니 타보험사나 은행권이면 이와 관련 잔액이 없다는 추가 서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번 신탁은 수익성 목적이라기보다는 서비스 목적이 더 크다”라며 “보험금 지급에 관한 유언 신탁이기에 회사에 있어 수익 구조를 바꾸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고객 만족도 차원에서 가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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