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4일 오전 전국 85개 시험지구 1천282개 시험장에서 시작됐다. 이번 수능은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의 문항이 고르게 출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늘 실시되는 2025학년도 수능 시험은 정부와 의료계간의 1년 가까이 해결되지 못한 '의정갈등 의대증원' 파문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년 의대 증원을 노리고 재수생, 반수생 등 졸업생들이 대거 올해 수능에 응시하면서 상위권 성적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내년 의대 증원을 놓고 여전히 의료계와 의대 교수들이 반발을 하고 있어 수능 이후 대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의대 증원에 N수생 21년 만에 최다.. 변별력 최대 변수
올해 수능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1교시 국어, 2교시 수학, 3교시 영어, 4교시 한국사 및 탐구,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순으로 실시된다. 한국사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반드시 치러야 하고, 나머지 영역은 전부 또는 일부를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1교시 국어는 오전 8시40분 시작하고 마지막인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일반 수험생 기준 오후 5시45분 마친다. 시험 편의를 제공 받는 수험생을 고려하면 오후 9시48분(중증 시각장애·일반 수험생 1.7배) 모든 시험이 끝난다.
이번 2025학년도 수능에는 전년도보다 1만8082명이 많은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재학생이 전년 대비 1만4131명 증가한 34만777명(65.2%)이고, 졸업생은 16만1784명(31.0%)으로 2042명이 늘었다. 검정고시 등 기타 지원자는 1909명 증가한 2만109명(3.8%)이었다.
재학생이 졸업생보다 큰 폭으로 늘면서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도(31.7%)보다 0.7%포인트 줄었지만, 졸업생 응시 수는 2004년(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이같이 많은 졸업생이 수능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학부 과정을 운영하는 39개 대학의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인원은 1년 전보다 1천497명 증가한 4천610명이다.
여야의정 협의체 결과에 따라 2026학년도에는 증원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보니 이번 대입에 의대에 도전하려는 N수생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학생들의 역차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상 수능에서는 재학생보다 준비 기간이 긴 N수생들이 강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출제위원장 "킬러문항 완전 배제.. 적정 난이도 고루 출제"
이번 수능에도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기조가 이어졌다. 앞서 교육부는 킬러문항을 철저히 배제하고 공교육의 범위 내에서 적정 변별력을 유지하겠다는 출제 기본방향을 밝힌 바 있다.
2025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도 14일 출제 기본방향 브리핑에서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교육과정에서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교 교육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며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됐던 내용일지라도 문항의 형태, 발생,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EBS 수능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은 문항 수를 기준으로 50% 수준이며, 특히 영어의 연계 문항은 모두 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소재·요지가 유사한 다른 지문 등을 활용하는 간접 연계 방식으로 출제했다"고 말했다.
N수생 증가에 따른 재학생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수능과 6·9월 모의평가, 수능 응시자 접수 현황 등 네 가지 데이터를 활용해 과목별 'N수생' 비율을 추정하고, N수생과 재학생의 선택과목별 평균을 면밀히 분석해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또,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해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골고루 출제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2024학년도 수능의 경우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국어·수학·영어영역이 모두 어려워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점자도 단 1명에 불과했다.
의대 교수 96% "내년 의대 모집인원 재조정해야".. 정시모집 전 '선발 인원 축소'시 대혼란
가장 큰 변수는 내년 의대 증원에 대해 의료계와 의대 교수들이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달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긴급 설문한 결과 응답자 3천496명 중 3천365명(96.3%)이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기존 정원인 3천58명으로 동결 또는 감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현재 교육 여건으로는 증원된 인원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이 강행된다면 내년 의대 1학년은 7천6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휴학계를 제출했던 올해 의대 1학년들에 내년 신입생이 더해진 수치다.
전의교협과 전의비는 "예과 1학년은 교양과목 위주라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하지만 아니다"라며 "이들은 예과 이후에도 본과 교육뿐 아니라 전공의 수련까지 향후 10여년간 교육과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교육부는 휴학 처리에서 대학 자율권을 존중한 것처럼 입시에서도 대학의 자율을 보장해야 한다"며 "각 대학 총장은 교육자의 책임과 의무를 상기해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했다.
지난 11일 야당과 대한의사협회 등이 빠진 채 첫 회의를 연 여야의정 협의체에선 2025년도 의대 정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한 만큼 추후 이러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후보자 중 한 명인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도 전날 후보자 설명회에서 "12월 말 정시 전 마지막 기차가 남아있다"며 정시 시작 전에 선발인원을 되돌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계가 논의 중인 구체적인 선발인원 축소 방안 중 하나는 우선 수시 미충원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식이다.
9월 접수가 끝난 수시모집의 경우 12월 중순까지 합격자를 발표하는데 이때 수능 최저점수에 미달해 불합격 처리되거나 다른 대학 중복 합격 등으로 빠진 인원은 정시로 넘겨 선발한다. 미충족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으면 대학별 정원보다 최종 선발인원이 적어진다.
아울러 12월 31일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정시모집에서 1차 합격자 배수를 줄여 추가합격을 제한하는 것도 의료계가 염두에 둔 제안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정시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 같은 방식으로 '선발 인원'이라도 조정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월 대학별로 모집요강을 확정해 공지한 만큼 요강대로 선발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수험생에 큰 혼란을 줄 수 있고, 정부나 개별 대학이 소송 등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학이 사전 공표한 전형계획·모집요강과 달리 전형을 운영하면 학생·학부모에게 큰 피해를 준다"며 이런 방안에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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