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어긴 3.3% 근로계약 편법 성행…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원칙 어긴 3.3% 근로계약 편법 성행…해법은 '노동시장 유연화'

르데스크 2024-11-14 11:10:15 신고

3줄요약

최근 '가짜 3.3% 사업소득' 신고로 인해 근로자 피해가 되풀이되는 배경엔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지목됐다. 고용 이후 해고까지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 보니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계약하는 등 편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편법 고용계약을 근절하기 위해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정규직 근로자의 해고에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다. 경영난 등 경영상의 이유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에도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며, 정당한 절차와 사유가 없다면 해고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고 근로자를 해고할 경우 행정적 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도 있다.

 

고용 규제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보니 3.3% 계약과 같은 편법이 성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로자를 개인사업자 취급하는 식으로 근로계약을 맺으면 4대 보험과 같은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개인사업소득세 3.3%만 내면 된다.

 

▲ 사업주는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근로자는 실수령액이 늘어난다는 이점에서 3.3% 계약을 맺고 있다. 사진은 표준 근로 계약서의 모습. [사진=뉴시스]

 

또 개인사업자로 계약할 경우 회사는 4대 보험 가입부터 근로기준법 준수, 퇴직금 지급 등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용과 해고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러한 편법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가 먼저 3.3%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근로자라면 원칙적으로 4대 보험 가입이 의무인데, 매달 월급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수준이다. 개인사업자로 계약했을 때보다 매달 내야 하는 비용 부담이 크다.

 

근로자가 퇴사 시 퇴직금을 수령받으려면 1년의 기간을 채워야 하는데,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들은 퇴직금 수령 기간인 1년을 채우기 보다 매달 월급에서 내야하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이러한 계약을 선호했다.

 

직장인 김진호(28) 씨는 "1년 전 PC방에서 3개월 가량 일을 했는데, 어차피 단기 알바다 보니 사장님께 먼저 3.3% 계약을 요구했다"며 "4대 보험으로 매달 내야하는 돈이 월급의 10%나 되는데, 굳이 1년을 채워 퇴직금을 받을 게 아니라면 3.3%만 내고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매달 받는 월급의 실수령액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3.3%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3.3% 계약 근로자 보호 사각지대…'노동 유연성' 확보 시급

 

문제는 3.3% 계약이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다보니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에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고용주가 근로자를 개인 개인 사업자로 계약을 할 경우 4대 보험의 의무 가입 대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자 명목으로 3.3% 계약을 맺은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친 경우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산업재해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없다. 3개월 이상 근로한 사업장에서 해고됐을 경우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보험도 받을 수 없으며 1년 이상 근무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퇴직금도 받을 수 없다.

 

▲ 상호 간의 합의로 인해 3.3 계약을 맺었다면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일하다가 다치더라도 보상받을 수 없다. 사진은 개인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르데스크

 

경기도에 소재한 한 카페에서 근무했던 박선영 씨(28·여)는 "과일을 깎다 응급실에 다녀올 정도로 크게 베인 적이 있다"며 "크게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해 모든 병원비를 사비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어 "1년 이상 일하고 그만뒀지만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다보니 퇴직금도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들은 근로자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노동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직 근로자 해고 요건을 일부 완화하되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의무화하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경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면서도 근로자의 권리는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단기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확대해 고용 환경을 유연하게 설계하고, 근로자에게는 복지와 사회보험 혜택을 강화함으로써 안정된 근로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노중기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근로자 해고 등 모든 문제를 사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모습이 3.3 계약과 같은 편법을 등장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인력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단기 계약직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늘리고, 정규직 근로자 해고 시 사회적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처럼 노동 환경이 경직돼 있으면 생각지도 못 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더 유연한 노동 환경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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