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여 년 전 인도양의 외딴섬 트로멜린에서는 흑인 노예들이 고립된 채 15년을 버텨낸 비극적인 생존 사건이 벌어졌다. 1761년, 프랑스 선장 장 드라 파르는 노예 160명을 실은 채 모리셔스로 향했으나 항해 도중 예상치 못한 암초에 배가 부딪혀 난파되었다. 80명의 흑인 노예들은 외딴섬에 남겨졌고, 척박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프랑스 선원들은 난파선의 자재로 탈출용 배를 만들어 떠났으나, 남겨진 노예들은 모래와 바위뿐인 좁은 섬에서 독자적인 생존 방식을 찾아야 했다.
이 작은 섬은 겨우 1.7km 길이에 너비가 700m에 불과했고, 물을 구할 강이나 호수조차 없었다. 고립된 흑인 노예들은 물을 얻기 위해 땅을 파 우물을 만들고, 섬에 자생하는 갈매기와 바다 거북을 주요 식량으로 삼으며 생존을 도모했다. 난파선에서 건진 자재로 지붕을 만들고, 돌을 쌓아 거주지를 마련하는 등 생존을 위한 기지를 구축했다. 거친 사이클론의 위협에도 견딜 수 있는 방어책을 세우며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버텨냈다.
프랑스 당국은 남겨진 흑인 노예들을 구조하려고 몇 차례 시도했으나, 당시 제국주의적 정치 상황과 불법 노예 무역 문제가 겹치며 구조는 지연되었다. 15년간의 고립 끝에, 1776년 프랑스 구조대가 섬에 도착했을 때는 7명의 여성과 8개월 된 아기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트로멜린 섬은 그 후 노예 생존의 상징적인 사건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현대에 들어서 과학자들이 트로멜린 섬을 재조명하면서 이 생존 사건에 대한 연구가 이어졌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프랑스의 막스 게로 박사는 섬을 탐사해 고립된 흑인 노예들의 생활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이 남긴 주거지와 식량 자원, 식기류 등이 연구되었고, 생존자들은 약 9만 마리의 새와 수천 마리의 거북을 먹고 버틴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 사건을 통해 그들의 생존 방식과 끈질긴 삶의 방식을 밝혀냈다.
트로멜린 사건은 잊혀질 뻔했던 비극적 역사일 뿐 아니라, 제국주의와 인권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오늘날에도 중요한 의미를 남기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극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화로서, 여전히 사회적 불평등과 인권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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