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기관에서 전세계 센터백 중 1위를 인증받은 김민재가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중앙 수비수 순위에서도 가볍게 1위를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자들과의 점수 차가 꽤 컸다.
축구통계매체인 '데이터MB'가 이 같은 소식을 전했다.
매체는 "이번 시즌 지금까지 가장 높은 퍼포먼스를 펼친 센터백들 순위를 공개한다"면서 총 15명을 나열했다.
여기서 김민재는 92점을 획득, 유일하게 90점 이상을 넘은 선수가 되면서 1위를 차지했다. 2위가 지난 시즌 레버쿠젠 무패 우승을 이끌며 독일 대표팀 주전까지 꿰찬 요나탄 타로 86점을 얻었다. 김민재의 센터백 파트너 다요 우파메카노와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니콜라스 슐로터벡이 나란히 85점을 기록해 공동 3위에 올랐다. 필립 라인하르트(프라이부르크), 빌리 오르반(라이프치히)가 84점을 찍어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FIFA 산하 연구기관 국제스포츠연구소(CIES)가 김민재를 전세계 센터백 1위로 선정한데 이어 분데스리가도 접수하면서 최상의 경기력 뽐내고 있음을 알린 셈이 됐다.
앞서 CIES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올 시즌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센터백 10인을 선정하면서 김민재를 최상단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CIES는 자체 지표로 경기력을 분석한 뒤 김민재에게 100점 만점에 91.1점을 매겼다. 김민재는 전세계 센터백 중 유일하게 90점을 돌파했다.
김민재 뒤를 이어 맨체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이끈 포르투갈 수비수 후벵 디아스가 2위에 올랐는데 점수는 89.7점으로 90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리버풀의 이브라히마 코나테, 버질 판 데이크 등 두 센터백이 각각 89.5, 89.4점으로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5~10위 선수들도 쟁쟁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브라질 국가대표 에데르 밀리탕(89.0점), 김민재와 콤비를 이뤄 뮌헨에서 호흡하는 프랑스 국가대표 다요 우파메카노(8.9점)가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마누엘 아칸지(맨체스터 시티·88.2점), 이니고 마르티네스(바르셀로나·88.2점), 빌리 오르반(라이프치히·87.1점), 마르턴 더론(아탈란타·87.0점)이 10위 안에 들었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10경기와 챔피언스리그 4경기, 독일축구연맹(DFB) 포칼 2경기 등 뮌헨이 치른 공식전 16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섰다. 콤파니 감독의 신뢰가 굳건하다는 뜻이다. 콤파니 감독은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되면 김민재를 이른 시간에 뺄 만큼 그의 출전 시간을 관리하며 주요 경기에서 90분 쓰기 위한 플랜을 짜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순부터 김민재의 경기력이 급등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민재가 맹활약한 뮌헨은 최근 공식전 5경기(정규리그 3경기+UCL 1경기+포칼 1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재-우파메카노 조합으로 중앙 수비를 짠 뮌헨은 리그에서도 올 시즌 치른 10경기에서 7실점에 그쳤다.
김민재는 최근 각종 통계매체가 내놓은 자료에 자주 등장한다.
이번에 분데스리가 센터백 1위로 그를 지목한 데이터MB는 얼마 전 김민재가 수비수를 넘어 유럽 5대리그 선수 중 전진패스 1위라고 소개했다.
데이터MB는 지난 10일 김민재가 이번 시즌 총 398개의 전진 패스를 시도, 유럽 5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중 전진 패스 부문 1위를 기록했다.
김민재의 뒤를 이어 바르셀로나 베테랑 센터백 이니고 마르티네스가 375개로 2위다. 마르티네스는 그나마 김민재를 열심히 따라잡은 수치다.
3위부터는 기록 차이가 더욱 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약스 등에서 활약한 다재다능 베테랑 수비수 데일리 블린트가 297개로 이 부문 3위에 위치해 있다. 17세 바르셀로나 유망주 센터백 파우 쿠바르시가 291개로 4위, 프랑스 리그1 앙제의 조르당 레포르트,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나란히 290개를 기록해 공동 5위다.
김민재는 지난 7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페이즈 4라운드 벤피카전 직후에도 큰 기록을 하나 추가했다.
김민재는 당시 패스 113개를 뿌려 모두 성공시켰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2003-2004 챔피언스리그 첫 날 이후 7일가지 103차례 이상의 패스를 시도해 100%를 모두 성공시킨 선수는 없었는데 김민재가 이를 달성했다"라고 알렸다.
챔피언스리그에서 102개의 패스를 뿌려 모두 성공시킨 선수는 있었지만 103차례 이상의 패스는 처음이었다는 뜻이다.
김민재는 지난 2017년 전북 현대를 통해 프로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2019년 중국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했고 2021년 튀르키예 명문 페네르바체, 2022년 이탈리아 강호 나폴리에 연달아 입단하며 유럽 빅리그까지 올라섰다.
이어 지난해 여름 '레·바·뮌(레알 마드리드·FC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으로 불리며 세계 3대 명문 중 하나인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첫 시즌엔 토마스 투헬 전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아 고전했으나 이번 시즌은 다르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월드클래스 센터백으로 이름을 날린 벨기에 국적 뱅상 콤파니 감독은 부임 직후 한 눈에 김민재 재능을 알아봤고 이번 시즌 뮌헨 핵심 수비수로 기용하는 중이다.
김민재는 나폴리 시절 팀을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에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끌면서 세리에A '올해의 수비수'로 뽑히는 기염을 토했다.
뮌헨도 그런 실력을 보고 데려욌는데 첫 시즌엔 고전했으나 이번 시즌부터 나폴리 시절 플레이를 점점 닮아가고 있다.
다만 김민재는 지금의 경기력이 나폴리 시절에 미치지 않는다며 더 올라갈 곳이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아직 멀었다며 다시 축구화 끈을 고쳐매고 있다.
최근 독일 유력지 빌트에 따르면 김민재는 "난 자신감이 있고 뮌헨이 완전히 집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더 해야 한다. 난 아직 나폴리에서 보여줬던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라며 현재 수준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지금도 세계 최고, 분데스리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센터백 지위를 차지했는데 얼마나 더 발전할지 궁금하게 됐다.
지난해 여름 입단 직후부터 그를 비난하던 독일 언론들의 평가도 최근엔 호평 일색이다.
지난달 말 독일 '바바리안 풋볼'은 뮌핸-보훔전이 끝난 뒤 경기가 뮌헨의 5-0 대승으로 끝났음에도 "김민재는 뮌헨에서 뛰는 동안 수비에서 가끔씩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향이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몇 번의 수비 실수가 용서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민재의 경우 몇 번의 실수라기보다는 고약한 습관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바리안 풋볼 평가 외에도 독일 유력축구지 키커, 타블로이드지 빌트 등에서도 혹평이 쏟아지는 등 제 기량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좋은 평점을 받으면서 평가 역시 달라졌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은 "뮌헨은 2018년 이후 수비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다. 이는 우파메카노와 김민재 덕분이다. 분데스리가 4경기 연속 무실점은 지난 6년 동안 일어난 적이 없었다. 한지 플릭, 율리안 나겔스만, 토마스 투헬 밑에서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우파메카노와 김민재는 잘 훈련된 중앙 수비수다. 서로 신뢰를 쌓았고, 점점 더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김민재는 지난 시즌 뮌헨이 기대했던 수비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1년이 됐고, 이제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다.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김민재가 드디어 적응기를 끝냈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 CIES SNS / 데이터MB SNS /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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