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유형의 외상성 뇌 손상(Traumatic Brain Injury, TBI)은 인지 기능에 영향을 미치고 두통, 빛과 소음에 대한 감각 과민,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특히 뇌진탕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만성 통증, 신경 퇴행성 질환, 심각한 정신 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진탕은 애초에 남성보다 여성이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됐지만, 이는 미식축구 선수들이 겪는 뇌진탕 이야기에 밀려 조명받지 못했다(실제로 미국 전역에서 뇌 손상에 관한 담론은 독점적으로 남성 운동선수들, 그중에서도 미식축구 선수들에게 집중돼 있다). 버지니아 뇌진탕 치료 센터(Concussion Care Centre of Virginia)의 CEO 겸 의료 책임자인 네이선 재슬러 의학박사는 “뇌진탕은 성별을 기반으로 한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의학계에 이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여성을 위한 뇌진탕 연구는 거의 없다. 남성 중심 의학에 맞부딪쳐본 적 있는 사람들에게는 답답할 만큼 익숙한 이야기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조차 초점은 여성 운동선수들에게만 맞춰지기 십상. 물론 이것도 필요하지만 여성을 위한 포괄적인 연구라고 볼 수는 없다.
당신만의 착각이 아니다
」다닌은 교통사고 후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다. 끔찍한 현기증, 극심한 구토, 전방위적인 두통,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신경 장애)로 병원을 들락거렸다. 끊임없이 증상을 호소한 끝에 그녀는 마침내 뇌진탕 클리닉으로 보내졌다. 그곳의 의사는 다닌에게 외상성 뇌 손상이 있다고 진단을 내리고, 특화된 개인 트레이닝 프로그램과 침술, 마사지를 권장했다. 모두 도움이 됐지만 증상들을 완전히 뿌리 뽑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2021년 3월, 다닌은 여성의 뇌 손상에 집중하는 비영리 단체 ‘핑크 컨커션스(Pink Concussions)’에 대해 알게 됐고 설립자 겸 CEO 캐서린 스네데커에게 인스타그램 DM을 보냈다. 이후 줌(Zoom)으로 이어진 대화에서 스네데커는 다닌에게 여성 뇌진탕 커뮤니티를 추천했고 이에 대해 다닌은 “스네데커가 나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여성들의 커뮤니티에 날 소개해주었으며, 그것이 내 삶을 살렸다”라고 말했다. 다닌은 자신이 더 일찍 뇌진탕 진단을 받았더라면, 그래서 더 일찍 치료를 받았다면 어땠을지 매일 상상한다.
뇌진탕은 제때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의사의 오진은 후유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두부 손상을 입은 후 48시간 동안 신체적 활동이나 정신적 활동을 제한하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 곧바로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2~6주 동안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증상이 완전히 해소되기도 한다.
반면 전혀 도움을 구할 수 없다고 느끼는 여성도 있다. 전직 해병인 애슈턴 크로너는 2010년대 초반 훈련을 받다 두 번의 두부 손상을 입었다. 애슈턴은 두 번 모두 검사를 받기는 했지만, 자신의 통증을 가볍게 여겼다. 그녀는 “여성으로서 나는 더욱 많은 걸 증명해야 했고, 그래서 나의 부상이 커리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길 바랐다”라고 말한다. 치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애슈턴은 월경 관련 문제를 겪었다. 뇌진탕 후 42일 동안 생리가 지속된 것.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현기증을 겪고 있으며,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자주 나 보청기를 사용한다. 프레야의 경우 젊었을 때 입은 부상이 지금 겪고 있는 편두통, 피로, 브레인 포그와 관련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전남편으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그는 자주 프레야의 머리를 가격했는데, 어느 날은 폭행당하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갔고 뇌진탕을 진단받았다. 프레야는 전남편에게 폭행당한 몇 년 동안 여러 번 뇌진탕을 겪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7년, 프레야는 가정폭력과 외상성 뇌 손상이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뇌진탕을 겪는 여성들을 지원하는 페이스북 그룹을 찾았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이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가 됐다.
여성 뇌진탕은 복잡하고 엄밀한 진단과 치료 과정이 필요하다
」Writer 해나 처브(미국 〈코스모폴리탄〉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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