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서는 트럼프발 미·중 무역분쟁 우려와 함께 취약한 펀더멘털(기초체력), 중국 부양책 실망감이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에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초 정부가 추진한 기업 밸류업 정책,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의 호재도 코스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증권사에서는 코스피 하락 원인을 트럼프 발 미·중 무역 분쟁 우려, 취약한 한국 펀더멘털(기초체력), 중국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 등을 꼽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와 무역 분쟁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기대했으나 그에 대한 내용이 부재했다"며 "높아진 시장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서 실망감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발 미·중 무역 분쟁으로 반도체 섹터에 대한 피해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지난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 분쟁 당시처럼 국내 증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8년 트럼프 1기 시절의 무역분쟁 트라우마가 작용하며 6일 국내증시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한다"며 "하지만 트럼프 당선은 예상 범주 내에 있었고 가격에 반영해왔던 시나리오로, 현재 한국증시의 나홀로 급락세는 과도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며 6만전자 밑으로 떨어지며 5만전자도 위협받으며 연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진 데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돼서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자금 쏠림세도 심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 가치는 처음으로 1000만달러를 넘겼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7일 기준 1013억6570만5812달러로 나타났다. 예탁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래로 최대치다.
반면 국내 증시 거래 대금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 1월만 해도 20조원 수준이던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 대금은 이달 들어 15조원대로 축소됐다. 트럼프 수혜주를 찾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졌는데도 하루 거래 대금은 여전히 10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연초 59조5000억원에서 지난 8일 49조9000억원으로 10조원가량 감소했다.
이외에도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실망감도 코스피 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8일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는 지방 정부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한 10조위안(1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은 코스피가 박스권 흐름을 보이겠지만 현 수준에서 더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기술적 반등을 해가면서 횡보 장세 예상되는 만큼 12월 초까지 상황을 지켜봐야한다"면서도 "현재 코스피 레벨은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당시보다 낮은 수준의 PBR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현시점에서 하방 압력 자체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과거 트럼프 집권기에도 초기 국내 증시가 조정받았지만, 이후 다시 반등했듯이 현재 국내 증시도 트럼프 취임 이후 반등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이고, 트럼프가 미국 우선 정책을 펼치는 것이 생각보다 국내 반도체 기업 등에 큰 타격이 없을수도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머니S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