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패션업계가 소비심리 위축에 올해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는 등 이상고온 여파까지 더해져 3분기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3분기 매출은 4330억원으로 전년 동기(4560억원) 대비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전년 동기(330억원) 대비 36.4% 줄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 관계자는 “패션 시장 소비심리 위축과 비수기 영향, 폭염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소폭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3분기 매출은 230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줄었다. 3분기 영업손실은 14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99억원)보다 50.5% 적자 폭이 커졌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기록적인 폭염과 기업의 글로벌 진출 등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이슈들로 인해 영업이익이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한섬은 3분기 매출이 3142억원, 영업이익이 6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 31.4% 감소했다.
한섬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가을·겨울 시즌 아우터 판매 둔화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3분기 매출은 2960억원으로 6.3%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65.4%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국내 패션 시장 전반의 침체와 늦더위로 인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4사 모두 3분기 패션·의류업계의 부진한 실적 이유로 이상 고온 현상에 따른 가을·겨울 시즌 아우터(외투) 판매 둔화를 꼽은 것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9월 기후특성’에서 올해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4.7도로 평년보다 4.2도 높아 1973년 관측 이후 1위 차지했다.
장동언 기상청장은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 국정감사에서 “이상 기상현상이 더 자주,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며 국민 삶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9~10월은 여름 이월상품보다는 가을·겨울 신상품을 정상가로 판매하면서 매출이랑 이익도 높아지는건데 올해는 더위로 인해 판매가 늦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4분기 ‘재도약’ 나선 패션 기업
패션 업계는 글로벌 진출,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 등 향후 실적 개선에 나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자크뮈스’, ‘스튜디오 니콜슨’, ‘가니’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명품에 더욱 힘을 줄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SSF샵을 중심으로 세사페TV 등 채널들을 통해서 젊은 층에게 재미있고 유익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또 효율적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제시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FnC는 최근 캠핑용품 브랜드 '헬리녹스'의 어패럴 사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9년에 론칭한 신생 패션잡화 브랜드인 ‘아카이브앱크’는 일본에 이어 태국 최대 유통 기업 센트럴백화점과 단독 유통 계약을 맺었다.
지난 2021년 코오롱FnC가 론칭한 지포어의 경우 골프화, 골프 장갑 등 용품은 직수입을, 의류 상품은 코오롱FnC가 직접 기획, 디자인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지포어 본사와 중국·일본에 대한 마스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또 코오롱FnC가 전개해 온 골프웨어 왁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호주,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2017년 중국 안타그룹과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올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급증했다. 이를 발판 삼아 코오롱FnC는 지난 8월 일본 최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와 3년간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현지 공급과 라이선스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코오롱FnC는 지난 2022년 친환경 패션 벤처기업 K.O.A(이하 케이오에이)를 인수하고,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의 기업 협력 사업에 참여해 제로 웨이스트 패션 기술을 통한 지속 가능한 캐시미어 산업 개발과 몽골 캐시미어 산업 가치 사슬 강화 사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코오롱FnC는 코이카와 ‘몽골 서큘러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캐시미어 단일 소재의 폐의류·재고 상품을 수거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다시 캐시미어실을 만들 수 있는 상태까지 가공하는 공정 과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해외 진출을 다각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고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섬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3가지 핵심 전략 추진을 통한 비전 2030 달성 계획으로 △한섬 브랜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외패션 포트폴리오 확대 △뷰티 등 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등을 제시하며 중장기 성장 전략 추진을 통해 수익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21년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론칭하며 본격적인 뷰티 사업과 글로벌 진출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오에라는 최근 기존 스킨케어 제품 중심에서 남성용 제품, 자외선 차단 제품, 클렌징 제품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스메틱사업의 자체 브랜드 육성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비디비치는 글로벌 뷰티 시장 트렌드에 맞춰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며, 스위스퍼펙션과 뽀아레는 아시아와 북미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뷰티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며, 코스메틱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올해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어뮤즈는 3분기 누계 매출(421억원)이 지난해 연간 매출(368억원)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최근 론칭한 ‘더로우’, ‘꾸레쥬’, ‘뷰오리’ 등에 라리끄·피비 파일로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자체 패션 브랜드도 적극적인 리브랜딩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전략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침체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적극적인 투자와 핵심 역량 강화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창출하고 수익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패션 업계 ‘희소식’, 역대급 한파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고되면서 객단가가 높은 겨울철 의류 판매가 4분기 매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실제로 패션 브랜드들의 아우터 판매량이 늘고 있다.
신세계톰보이의 패션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기간 재킷·코트 등 아우터 카테고리 매출은 55% 증가했다.
여성복 보브는 같은 기간 코트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41.2% 증가하고, 밍크·무스탕·레더 등 고가 아우터 매출도 30.2% 늘었다. 같은 기간 니트를 사용한 아우터 매출은 250% 증가했다. 여성복 지컷도 같은 기간 아우터 매출이 47%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수입·판매하는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그(UGG)는 지난 1월부터 이달 11일까지 남성 고객 매출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LF가 전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티톤브로스의 헤비 아우터의 매출은 지난 9월부터 약 두 달간 전년 대비 330% 늘었다.
패션 플랫폼에서 아우터 검색량·거래액도 증가세다.
무신사는 10월 한 달간 다운·패딩 등 헤비 아우터 관련 검색량이 전년 대비 120% 증가했고, W컨셉은 지난 9월 26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캐시미어 소재 의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0% 늘었다.
지그재그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 동안 아우터 거래액이 전주 대비 최대 2배 급증했다. 올겨울 역대급 한파가 예고되며 패딩 거래액은 전주 대비 2배(100%) 늘었고, 같은 기간 코트 거래액은 81% 증가했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에서도 ‘어나더아카이브’(1499%), ‘1989스탠다드’(562%), ‘제멋’(222%) 등 스트릿·캐주얼 브랜드가 간절기 상의와 아우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지난달 거래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션 업계 관계자 “4분기 패션 시장은 워낙 성수기이고, 올겨울 한파가 예상된다는 기상학자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며 “한파로 인해 객단가가 높은 겨울철 의류 판매가 4분기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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