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책임감·불안심리 악용…301명에게 88억원 가로채
(서울=연합뉴스) 이율립 기자 = 냉장고 등 고가품을 공동구매하면 35%를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는 신종 사기 수법으로 피해자 301명에게 88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사기·전자금융거래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국내 총책 2명을 비롯한 일당 5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중 14명은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이들은 과거의 보이스피싱 수법을 더 교묘하게 발전시킨 '팀미션'이라는 신종 사기를 계획했다.
우선 불법 데이터베이스(DB)로 확보한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해 "쇼핑몰 리뷰 이벤트에 참여하면 모바일 상품권을 준다"며 가짜 쇼핑몰 사이트 가입을 유인했다. 이후 공동구매 참여를 권해 텔레그램 대화방으로 초대했다.
텔레그램방에는 피해자 1명과 소비자로 가장한 조직원 3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 4명의 '팀원' 모두가 냉장고 등을 각각 구매하면 비용의 10∼35%를 현금으로 환급해주겠다고 속여 지갑을 열었다.
경찰은 "피해자가 자신이 구매하지 못하면 팀 전체가 환급받지 못한다는 책임감과 불안 심리를 이용한 신종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뢰를 얻기 위해 피해자가 상품 후기를 작성하면 실제 상품권을 주거나 가짜 쇼핑몰의 포인트를 적립해줬고, 환급을 요청하면 소득세 등을 이유로 수수료를 요구해 또다시 돈을 가로챘다.
피해자 중 97%가 여성이었으며 많게는 4억1천만원을 잃었다. 상당수는 대출까지 받았다.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69개의 가짜 사이트를 만들고 각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경찰은 범행을 지시한 해외 총책 3명을 파악하고 국내 송환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화나 문자를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금전을 요구한다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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