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취임 후 '24시간 이내 휴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할 정도로 전쟁 종식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측근을 중심으로 현 상태 영토를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유예하는 조건부 휴전안이 거론되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나토가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참모진, 우크라 영토포기 및 나토가입 유예시 러시아 재침략 방어
"승리보다 평화가 중요" "우크라 영토 복원은 미국의 목표 아냐"
11일 워싱턴포스트(W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지난 7일 통화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의 대통령 선거 승리 확정 뒤 푸틴과의 첫 통화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을 확대(확전)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또, 두 사람은 유럽 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목표로 한 후속 대화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시작됨에 따라 트럼프가 공언한 '24시간 이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트럼프의 측근을 중심으로 현재 영토 상황을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유예하는 조건부 휴전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과 2024년 트럼프 당선인의 정치 고문으로 활동한 공화당 전략가 브라이언 란자는 9일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차기 미 정부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현실적인 평화 비전'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말하려는 것은 '승리를 위한 비전'이 아니라 '평화를 위한 비전'이라며 "솔직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젤렌스키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우리가 크림반도를 가져야만 평화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그가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크림반도를 다시 가져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것은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즉,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게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한 셈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6일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고문 등 측근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점유한 현재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나토 가입 노력을 유예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종전 구상 중 하나로 인수위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소 20년 동안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그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J.D.밴스 부통령 당선인의 발언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밴스는 지난 9월 션라이언쇼에 출연해 "트럼프는 당선되면 '평화적 해결'을 바라보며 크렘린궁과 우크라이나, 유럽 관계자들과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아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현재 경계선'이 될 것 같고, 러시아가 재침략하지 못하도록 강화된 비무장 지대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무장 지대의 위치나 범위는 자세히 말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치하는 현재 전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즉, 현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밴스는 "(이 방법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영토 주권을 지킬 수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성, 즉 나토 등 서방 동맹의 기구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장받게 된다"며 "이게 협상의 궁극적 모양새"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 반발.. 러시아 "현 상태 수용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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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우려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지난 6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 아래 강력한 미국의 시대가 오길 기대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초당적 지지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트럼프 정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측근을 중심으로 휴전안이 거론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유럽 전체의 자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5차 유럽정치공동체(EPC) 회의에서 "푸틴에게 양보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유럽 전체에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러시아 매체들도 러시아가 트럼프의 휴전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내다봤다.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휴전 조건은 우크라니아가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4개 영토(돈바스, 루한스크 인민 공화국, 자포리자, 헤르손)를 양도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세르게이 폴레타예프는 스푸트니크에 WSJ 보도에 대해 "러시아는 현 형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주목표인 우크라이나로부터의 군사 위협을 제거한다는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토에서도 트럼프의 휴전안에 대한 경고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같은 국가가 승리하도록 둔다면, 미국 또한 이해관계에 있는 전세계 다른 독재국가들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우크라이나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크라이나 이상의 더 큰 문제가 걸려있다"고 주장했다.
바우어 위원장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중국이 막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앞으로 '미국에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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