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만명 vs 110만명"
지난달 2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에서 나온 수치다. 경찰은 23만명, 주최 측은 11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실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집회와 비슷하게 경찰이 집계한 인원수와 주최 측이 추산한 인원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다수다. 약 3~4배는 기본이고, 1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누리꾼은 경찰이 일부러 축소하거나, 주최 측이 부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처럼 집회가 끝난 뒤 대규모 집회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참여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이러한 수치는 집회 인원을 추산하는 계산 방법이 다르게 적용돼 나온 결과다. 경찰은 집회 특정 시점 최대 인원을 집계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한다. 페르미 추정법이란 1평에 해당하는 3.3㎡당 앉으면 5~6명, 일어서면 9~10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집회 사진을 토대로 인구 밀도에 따라 전체 인구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일시점만 기준으로 판단한다. 경찰 입장에선 집회 참가자의 안전·질서 유지를 최우선으로 두기에 해당 시점에 최대 인구가 얼마나 밀집됐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달리 주최 측은 '연인원 추산 방식'이라 불리는 누적 방식을 택했다. 일시점이 아닌 시간대별로 들어오고 나가는 인원수를 포함해 사진에 찍히지 않은 시점에도 집회에 참석한 인원을 추정한다. 주최 측은 해당 집회에 최대한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더 많은 수가 참석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누적 추산 방식을 취한다.
이에 대해 문하은 서울대 통계학과 조교수는 아주경제에 "경찰은 (일시적) 최대 인원수를 추정하고, 주최 측은 전체 참여 인원인 연인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계적 모델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추정하고자 하는 값이 정의상 연인원이 페르미 추정법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이러한 수치 차이는 서로 다른 통계 방식이 원인이다. 통계는 어떤 분석 방식을 적용하고, 강조하는지에 따라 결괏값이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페르미 추정법은 일시적인 상황만 측정하기에, 그 시점 이전과 이후에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포함하지 않는다. 연인원 추산 방식은 중복 인원이 집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기에 현재로선 각각의 입장을 더 잘 대변하기 위한 오류 가능성이 있는 통계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룬다.
한편, 일각에서는 첨단기기 시대에 기지국,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전파 정보를 활용해 추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뿐 아니라 정확한 집회 인원 추산을 위해 드론으로 현장 사진을 촬영한 뒤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법 등이 활용된다면, 추후 집회 추산 등의 방식에 통일된 지표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정확한 집회 참여 인구 추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 등이 수반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 등이 이뤄져 최소한 언론에 공표되는 지표는 통일돼야 한다. 현재는 통일된 지표가 없다 보니, 각 언론사는 정치 성향이 더 잘 드러나는 지표를 취사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대중의 혼란은 더 가중됐다. 추후라도 경찰과 주최 측 모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정확한 분석 방식을 기초로 한 통일된 지표 측정 방식이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사안의 심각성 등을 통일된 지표를 토대로 대중이 판단하기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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