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설탕 과다 섭취는 건강에 좋지 않으며, 어린이가 섭취하는 설탕의 양을 불과 10일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콜레스테롤 수치, 혈압, 혈중 인슐린 농도 등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 등이 보고되고 있다.
1953년까지 설탕 배급제를 시행한 영국인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연구에서 태아부터 유년기에 걸쳐 설탕 섭취량이 적었던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미국과 캐나다 공동연구팀은 제2차 세계대전부터 1953년까지 설탕 배급제를 시행한 영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영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부가 식량 배급제를 도입했다. 고기와 설탕 등 일부 식품은 전후에도 한동안 배급제가 이어져 설탕 배급량은 성인 하루 40g 미만으로 억제되었고, 2세 미만은 지급하지 않았다. 물론 부모가 자신의 설탕 일부를 자녀에게 주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자유롭게 설탕을 구할 수 있는 시기와 비교하면 아동의 설탕 섭취량은 크게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급제가 끝나자 영국에서 설탕 소비량은 대폭 증가해 일평균 약 80g까지 치솟았다. 이 극적인 환경 변화로 인해 연구팀은 '설탕 배급제로 어린 시절 설탕을 많이 섭취하지 못했던 그룹'과 '어린 시절부터 설탕을 비교적 자유롭게 섭취한 그룹'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영국 대규모 바이오뱅크인 UK바이오뱅크에서 설탕 배급제 폐지 전후인 1951~1956년에 태어난 6만183명의 데이터를 추출해 태아기부터 유년기에 걸친 배급제 여부와 성인 후 건강 상태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임신~생후 2년간(약 1000일) 설탕이 배급제였던 아동은 성인이 된 후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평균 35% 낮았으며, 고혈압 발병 위험도 약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기 시점에 배급제가 해제돼 생후에는 설탕을 자유롭게 섭취한 경우라도 성인 후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낮아졌다. 또 성인 시점에 제2형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다 하더라도 태아기에서 유아기에 걸쳐 설탕 섭취가 제한된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의 발병 시기가 약 4년, 고혈압 발병 시기가 약 2년 늦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최대저자이자 서던 캘리포니아대 경제학자인 타데자 그라크너(Tadeja Gracner) 박사는 "설탕 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을 연구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인생 초기에 무작위로 다른 영양 환경에 노출되고 그것을 50~60년 동안 추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급제 폐지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자연실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 결과가 '임산부나 유아는 일체의 설탕을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인은 설탕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어 어느 정도 설탕의 양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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