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비금융 계열사 강화 행보는 가시밭길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 악화, 내부 직원 반발 등 새로운 악재까지 등장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러한 악재는 당장 동양생명·ABL생명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CET1·RWA 지표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느닷없는 대출 중단 조치에 내부직원 반발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12%에 머물렀다. 지난해 3분기 12.2%에서 4분기 12%로 떨어진 후 지난 9월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같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핵심지표다. CET1 비율이 높을수록 금융사의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의 CET1 비율은 4대 금융지주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같은 기간 ▲KB금융(13.85%) ▲하나금융(13.17%) ▲신한금융(13.13%) 등은 모두 13%대를 유지했다. 금융당국에선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유일하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상승률 또한 3분기 기준 4대그룹 중 유일하게 8%를 돌파했다. 타 금융그룹의 경우 5~7% 수준에 불과했다. 3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RWA 상승률은 ▲KB금융(5%) ▲신한금융(7.4%) ▲하나금융(7.5%) 등이었다. RWA 증가는 금융사의 자본 비율 하락에 영향을 줘 자본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주요 금융사들은 벨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RWA 증가율 목표를 4~5% 수준으로 설정했다.
우리금융 자본건전성 지표 악화는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비금융 계열사 인수에도 악재가 될 전망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지난 8월 체결한 동양생명·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지난 9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등 외형 확장 경영에 문제점이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 검사를 1년 앞당겨 시행 중이다. 정기검사의 핵심은 경영실태평가로 자산건전성과 경영관리능력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이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미만을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지주회사법상 3등급 미만의 금융사는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3등급 이상이더라도 자산건전성 항목이 4등급 이하인 경우에도 자회사 편입 승인이 불가능하다. 올해 하반기 손태승 전 회장 관련 부당 대출로 내부통제 문제가 크게 논란이 되면서 평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산 건전성 지표 악화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불확실성을 부채질 할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금융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경영실태평가(2021년 11월)에서 2등급을 받았다.
만약 우리금융의 인수가 내년 8월말까지 무산될 경우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에 지불해야할 계약금은 수천억원에 달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지난 8월말 다자보험과 체결한 인수계약서에는 12개월 안에 인수를 완료하기로 한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만약 해당 기간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우리금융은 인수 가격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가격은 각각 1조2840억원, 2654억원 등 총 1조5500억원 규모다.
우리금융은 건전선 지표 개선을 위한 시도에도 애를 먹고 있다. 건전선 지표 개선의 핵심인 대출영업 축소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우리금융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11월부터 전 직원 대상으로 기업 대상 신규 여신을 잠정 중단하고 10월 말 대출 잔액까지만 인사평가 근거로 활용하겠다고 공지했다. 11~12월 두 달간은 대출잔액을 감축할 경우 KPI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갑작스레 대출 중단과 함께 기존 KPI까지 변경되자 직원들은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 한 내부 직원은 "인사평가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는 KPI는 절대로 갑작스럽게 바뀌어서는 안 되는 기준이다"며 "직원들은 KPI를 고려해 대출영업 계획을 세우고 고객들과의 스케쥴도 조정하는데 KPI 변경은 이해한다해도 갑자기 대출을 중단해버리면 엄청난 민원을 감당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경영진의 무능함 때문에 벌어진 문제를 왜 착실하게 일하고 있던 내부 직원들이 피해를 보며 메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 있어 모기업의 탄탄한 자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설령 인수에 성공했다고 한들 자금난에 따른 여파가 오히려 모기업 자체를 뒤덮을 수 있다"며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만으로 인수 자격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지만 중요한 평가 지표인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해당 내용에 대해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자산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부 정책을 수정하게 됐다"며 "기업 여신 심사, KPI 기준 변화 등의 정책 변화로 인해 일시적으로 영업 동력이 떨어지는 부분은 맞지만 기업의 방향과 역행하는 부분이 아니고 직원들이 감내해야할 부분도 그다지 크지는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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