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현재 13개에 달하는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현행 여당이나 교섭단체가 추천하도록 돼 있는 특검 추천 대상을 제3자로 선정하는 ‘제3자 특검법’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수정해 14일 발의한다. 국민의힘과의 협상을 유도하고, 이달 내로로 예상되는 재표결 시 여당의 이탈표를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범위 축소 수정안 낸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대상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개입한 불법 여론조사를 통한 부정선거 및 국정농단 의혹 등으로 줄인 내용의 수정안을 14일 발의한다. 특검 추천 방식 또한 현행인 민주당과 비교섭단체에서 각각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 대신,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바꿔 발의한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11일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우리 당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의 수정안을 제출한다”며 “범위를 대폭 축소해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태균씨로부터 촉발된 명태균 게이트,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선거 개입 의혹에만 국한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또 “제3자 추천을 수용해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한 수정안을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이는 한동훈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제시한 방식으로, 국민의힘이 해당 특검 추천 방식을 ‘독소조항’이라 비판해 온 만큼, 국민의힘의 요구를 수용해 국민의힘으로 하여금 특검법 거부 명분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를 겨냥,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겠다”며 “특검을 원천 거부하는 대통령의 발언에 쓴소리 한마디 못 하는 여당 대표의 처지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면에서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윤 대통령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동훈과 국민의힘은 독소조항 운운하며 핑계 그만두고 직접 국민께서 납득 가능한 안을 제시하라. 그럼 진지하게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의 이러한 특검법 관련 방향 선회는 지난달 21일 이재명 대표의 한동훈 대표에 대한 여야 대표 회담 추진 시 민주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논의됐던 사안이다. 회담의 성과를 내려면 김건희 특검법을 회의의 의제로 올리되, 한 대표가 수용할 만한 내용을 제안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한 대표의 태도가 전향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하지만 대표회담이 무산되고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카드를 꺼내 드는 등 ‘특검 불가론’을 고수하는데도 민주당이 선제적 수정안 검토로 선회한 것은 ‘선 특검 ‘으로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현실론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중도 하차론이 큰 지지를 받고 있지만, 그에 비해 장외집회 여론이 여론조사 상의 수치만큼 뜨겁지는 않은 등, 탄핵·하야 등으로 공세 온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특검 선행론에 대해 모경종 민주당 의원은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당연히 해야 되는 것이고,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무조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길을 제시해야 되는데 탄핵이나 하야 요청은 기본이고 임기단축 개헌 등을 통해 그 제안을 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더 기본. 그리고 김건희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특검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탄핵, 하야, 임기단축 개헌헌 등 민주당이 제시하는 여러 가지 방법론이 다 중요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이 기본 중 기본이라는 입장이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 또한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특검법 수사는 탄핵이나 개헌을 초월해 필히 진행돼야 한다”며 특검법 선행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현재 김건희특검법에서 수사 대상을 축소하고 향후 추가 상설특검, ‘쪼개기 방식’으로 대통령 관련 의혹들을 다루려는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달 8일에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다른 것들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선 김건희 특검법 통과’가 민주당의 당론인 셈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7일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수정 전 김건희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명품가방 수수 사건 ▲국정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 ▲김 여사의 관저 이전 개입 의혹 ▲이종호 로비 의혹 ▲명태균 부정선거 및 국정농단 의혹 등 총 13개였다.
조국혁신당 반발 “모든 법안을 국민의힘의 결재 받을 것인가”
이에 조국혁신당은 반발했다. 김보협 혁신당 수석대변인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민주당이 특검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단 문제의식에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그런데 좀 성급하지 않나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국민의힘 이탈표를 더 만들기 위해 특검 대상과 추천 방식에 여당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앞으로 모든 법안은 국민의힘의 결재를 받고 추진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또한 “국민의힘이 같이 하길 기대하며 먼저 알아서 특검의 수위를 낮춰주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의문”이라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국민의힘이 ‘저희가 같이 할게요’라고 나설 거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국민의힘, 일부 이견 있어도 “김건희 특검 절대 불가” 방침
다만 국민의힘은 계파를 막론하고 ‘김건희 특검은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려 13가지의 항목에 대해서 특검을 하자더니 이제 와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태균 관련 의혹만 떼어내서 특검을 하자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임명 카드를 꺼내든 만큼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이행이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동훈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민주당의 수정안에 대해 “민주당에 대해 특별히 제가 더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특검법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한계인 김종혁 최고위원도 한 대표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장외투쟁과 더불어 오는 14일 김건희 특검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도이치모터스와 명태균만 빼내서 제3자 특검법을 할 수도 있다고 흘리고 있다”며 “이것은 민주당이 14개 의혹을 쏟아부어 제출했던 김건희 특검법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사실상 고백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에는 김건희 여사를 타깃으로 14개 의혹을 무분별하게 뒤섞은 인권 유린 특검법이자 수사권, 기소권까지 야당이 장악하겠다는 삼권 분립 파괴 특검법을 14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반헌법적인 나쁜 특검법안을 단호히 반대하며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할 경우 즉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건의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기회를 놓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음에도 국민의힘이 일심동체로 김건희 특검법에 계파 불문 선을 긋는 데에는, 오는 15일과 25일로 예정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당이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대표의 경우 당정분열 사태 이후 최근 보수 유튜브 등지에서 비판론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특검을 추진하게 될 경우 ‘배신자 프레임’ 등의 비판론이 더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한 대표가 경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특검법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힘 당내 목소리는 일부 제기되는 분위기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윤 대통령 회견 직후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이후에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라고 저는 보고 있다”며 특검법이 고려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엔 야당만의 특검 후보 추천 등 ‘독소조항’을 없애고 여야가 합의해 특검법을 처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법 수용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여당 내 지배적인 분위기로 관측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채널A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보수 진영을 괴멸시키겠다고 하는 아주 정치적인 목적이 들어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아주 직관적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108명에 대해서 압수수색이 가능한 특검법이 현재의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을 들여다보겠다고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 휴대폰부터 해서 사무실 전부 다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 굉장한 정치적인 압박과 정치적인 탄압 내지는 정치적인 공략들이 들어갈 것”이라며 “메스로 치료를 해야 되는 부분에 도끼를 들이대는 방식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이탈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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