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위험해진 세계 맞선 트럼프 2기 키워드는 '억제와 거래'"

"더 위험해진 세계 맞선 트럼프 2기 키워드는 '억제와 거래'"

연합뉴스 2024-11-11 10:47: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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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대외전략 전망…동유럽·중동에 '힘에 의한 평화' 추진

중국엔 무역전쟁·군비증강…"동맹은 '돈 빌려가는 친척' 취급"

트럼프와 시진핑 트럼프와 시진핑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19년 회동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두 번째 임기를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적대국들을 향해서는 강한 억제력을 내세우고 동맹국들에는 자국 기여의 대가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투트랙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전현직 참모들의 말을 토대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과시해 적에게는 공포를 심어주고 동맹에게서는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적대국들에 충분한 두려움을 주지 못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이제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에 '힘에 의한 평화'를 가져오거나 최소한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 때처럼 미국 바깥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고립주의' 노선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북한군이 파병된 우크라이나 전쟁과 주변 중동국들로 전선이 넓어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 등 세계 정세가 트럼프 당선인의 첫 집권기 때보다 더 위험해졌다는 것이 배경이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하노이 회담을 거론하며 "그때만 해도 한반도 문제는 상대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다뤄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이란 미사일을 사용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고, 이란은 중국에 석유를 팔고 있다. 서로 다른 지역들이 이렇게 상호 연결된 것은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며 "개별적인 대북 정책이나 개별적인 대이란 정책을 펼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WSJ은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강경 노선을 배가하고, 첫 임기 때의 무역 전쟁을 재개하는 동시에 태평양에서의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군비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과 중동의 분쟁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이를 방관하기보다는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외교적 접근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분쟁에 미국이 끼어들어 중재하고 외교적 해법을 제시하길 바란다"며 "전 세계 평화의 중재자가 되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수하는 푸틴과 트럼프 악수하는 푸틴과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019년 회동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안팎에서는 현 전선 그대로 휴전하고 수십년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에도 미국의 '무한한 지원'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WSJ은 내다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20년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인에게 아직 앙금이 남아 있고, 이번 대선에서 무슬림과 아랍권의 상당한 지지를 받아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란의 경우 핵무기 획득이 임박할 경우 제재를 되살리고 과거의 '최대 압박' 전략으로 복귀하기로 트럼프 당선인이 마음을 굳혔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다만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 전략이 세계 평화의 수호자를 자임하던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강조해 온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동맹국에는 상응하는 대가를 압박하는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기간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관세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미국 프로그램 책임자인 제레미 셔피로는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을 파괴할 생각은 없지만, 관심을 두지도 않는다"며 "그는 동맹이 미국에 바가지를 씌운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찾아와 돈을 빌리는 친척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런 태도는 장기적으로 국제 정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입장을 수용할 경우 유럽연합은 안보에 위협을 느껴 중국과의 관계 개선 유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를 잘못 다룰 경우 중국에 지정학적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은 그것을 기다리며 준비해 왔다"고 주장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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