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3분기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어닝 쇼크' 현상이 발생했다. 많은 기업들이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분기 연결 실적을 발표한 165개 기업 중 102곳(61.8%)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거나 적자 전환, 적자 확대를 했으며, 이 중 57곳(34.6%)은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아 충격적인 결과를 보였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사 심텍은 예상 영업이익 124억원에서 실제 5억원으로 발표되어 괴리율이 -95.9%에 달했다. 삼성전자도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34억원으로, 증권사 전망치 10조7717억원보다 14.7% 낮아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원익머트리얼즈(-33.7%), 해성디에스(-42.4%) 등 다수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차전지 관련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은 예상 영업이익 187억원에서 14억원으로 부진을 겪어 괴리율이 -92.7%에 이르렀다.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적자 확대를 경험했으며,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전망치를 4.5%, 5.0% 하회했다. 현대차(-7.5%)와 기아(-7.4%)도 어닝 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이번 실적 부진은 한국 경제의 체력 약화를 반영하며,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47조253억원으로 전망치인 50조1445억원을 5.8% 하회했다. 이는 국내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1%에 그치는 등 경기 부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진성 흥국증권 연구원은 "생산, 소비, 투자 전 부문에 걸쳐 증가세가 정체 또는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 증시의 상대적 저조한 성과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우리 증시는 상대적인 언더퍼폼이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미국의 경제 정책 변화와 중국의 대응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분기 실적을 웃돈 상장사는 63곳(38.2%)으로, 이 중 36곳이 전망치를 1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컨센서스(4억원)를 15배 가까이 상회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결국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코스피 지수는 블랙 먼데이 이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일 코스피 지수는 2561.15로 블랙 먼데이 직전인 8월 2일과 비교해 7.8%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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