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영선 기자] 미국 대선이 끝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통화 정책이 완화 기조에 접어들고, 중동의 긴장감이 줄어들며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지만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투심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10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들은 주식 시장에서 41억 7000만달러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선 4조2160억원, 코스닥 시장에선 1720억원을 팔았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만 4조1629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은 8월 802조710억원에서 10월에는 728조870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 투자금이 순유출됐지만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규모는 지난달에 비해 다소 줄었다"고 분석했다.
증시엔 외국인의 매도세가 3개월 째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채권 시장에는 순유입 흐름이 두드러졌다. 또한 만기도래 규모가 감소하면서 순유입 규모가 40억5000만달러를기록하며 지난달 대비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 매도세와 달리 채권 매수세는 늘면서 국내 증권 투자금 순유출 규모는 1억2000만달러를 기록, 지난달 대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 시장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인 이유는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을 받았다. 이는 두 후보 모두 주요 공약에서 재정 확대 정책을 강조하면서 미국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국채 금리도 전 구간에서 지난달 대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또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이후 한국 국채가 FTSE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되면서 채권 시장에 자금 유입이 늘었다.
반면 증시는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화 되면서 부진한 흐름이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준이 7일(현지시간) 11월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통화 완화 기조에 접어들었고,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경기 침체 우려가 남아 있다보니 투심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관세 부과에 대한 부담감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을 향한 우려는 확대되는 분위기다. 이는 트럼프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를 꾸준히 강조한 데다, 자국 산업 보호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는 수출 시장에서 위축세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IRA를 향한 이해관계가 복잡한 만큼, 트럼프가 폐지를 단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다. 하지만 타국 수출에 있어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 분위기다.
외국인들은 선거 개표 당일에도 경합주에서 트럼프의 승리 소식이 들릴 때마다 국내 증시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달러지수는 105p까지 올랐으며 달러 강세가 부각됐고,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400원에 도달하며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전 우리 정부는 증시 부양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금투세 폐지, 밸류업 프로그램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국내 증시를 단기에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금투세 폐지에도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하면서 종목 기대감은 하락했고, 밸류업 프로그램도 기업 가치 제고가 이루어져야하는 만큼, 완전히 안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밸류업 선정기업의 실적이 저조한 경우도 많아 선정의 의미가 무색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한 시장 증진이 가시화 되기까지 10년여의 시간이 소요됐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에 따라 국내 주식 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국이 보편 관세를 시행할 지 여부는 아직불투명하지만 관련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국내 주식시장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올해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심리가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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