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김완일 기자] 현대트랜시스 파업을 둘러싼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랜시스 노조 측이 8일까지 총파업 연장을 발표하며 현대차 역시 일부 생산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만일 파업이 지속될 경우 생산 문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문제는 생산뿐만 아니라 트랜시스 협력사와 현대차그룹의 다른 계열사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의 날갯짓이 점차 거대한 태풍을 변하는 양상이다.
지난 5일 재개된 트랜시스 노조의 총파업은 9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지난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의 타협 없이 파업이 다시금 장기화 측면에 들어설 경우 이에 따른 파급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소형 SUV 모델인 코나의 임시 생산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코나에 탑재하는 IVT(무단변속기) 수급 문제에 따른 중단으로 알려졌다. 해당 변속기는 코나뿐만 아니라 현대차 아반떼, 베뉴, 기아 셀토스, 쏘울에도 탑재되는 만큼 다른 차량 생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셀토스와 쏘울을 생산하는 기아 광주공장에서 하루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파업이 8일까지 이어지며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이 2만7000대에 달하고 금액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영향은 비단 차량 문제에 그치지 않고 있다.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겐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인당 평균 600만원 가량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트랜시스에 이어 현대제철과 현대위아도 임단협 협상이 난항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노사는 지난 9월 이후 12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달 파업 찬반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90%를 넘었다고 전했다. 또다른 부품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지난 7월 이후 20차례의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제철과 현대위아 노사 양측은 파업 보다는 새로운 안을 갖고 교섭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파업의 영향으로 트랜시스 지곡공장에서 변속기를 생산하는 자회사인 현대트라닉스도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고 지난 6일 공문을 통해 밝혔다. 트라닉스는 트랜시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변속기 조립 공정을 담당하고 있다. 트랜시스에서 부품 생산이 멈추며 조립도 이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트라닉스에는 현재 1700여명이 근무 중이며 매출액은 지난해 기준 1280억원 가량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이승준 트라닉스 대표는 담화문을 통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원재료 공급이 중단되며 생산 라인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결과 회사는 막대한 손해를 감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대표는 “현대트랜시스와 트라닉스 모두 파업이 지속될 때 물량 확보가 불확실해질 것이며 어려운 일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상원 현대트랜시스 파워트레인 생산본부장은 지난 5일 직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했다. 홍 본부장은 “부품을 적기에 공급해야 하는 부품사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객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며 “지금이라도 합리적으로 교섭을 마무리하고 현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로 복귀해달라”고 호소했다.
트랜시스 노조 파업 사태에 따른 협력사 피해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6일 트랜시스 협력사 800여곳의 관계자 350여명이 충남 서산시에서 파업 중간을 촉구하는 전단을 배포하고 결의대회를 가졌다.
전단에는 “서산 지곡공장의 파업으로 14만대 분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중소 협력업체의 납품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며 “노조는 지난해 매출액 2%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나 협력업체들은 생존이 달려 있다”란 내용이 담겨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한 협력사 대표는 “납품 중단이 시작되면 협력업체 대표는 직원들의 급여를 구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러 다녀야 한다”며 “자금을 확보해도 높은 이자로 인한 경영손실은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협력사 관계자들은 트랜시스 노조들에게 조속한 파업 중단과 생산 정상화를 통한 상생을 촉구했다.
한편 협력사의 업무 중단과 호소에도 불구하고 트랜시스 노조 측은 32일째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트랜시스 노조원 일부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동원한 시위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28일, 29일에도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와 정의선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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