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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청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노윤서를 처음 본 건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를 통해서였다. 방호식(최영준)의 외동딸 방영주 역을 맡은 노윤서는 배우 고두심, 김혜자, 이병헌, 신민아, 한지민, 김우빈 등이 있는 드라마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누구인지 궁금했고, 그 2년의 궁금증을 안고, 해이('일타스캔들')와 연두('20세기소녀')를 거쳐 영화 '청설'의 주연 '여름'으로 노윤서와 만나게 됐다, 마침내.
노윤서가 맡은 여름이는 항상 동생 가을(김민주)를 향해있는 인물이다. 국가대표 수영선수라는 꿈을 가진 동생을 위해 수어로 소통하며 물심양면 돕는다. 그리고 다르지 않던 보통날, 도시락 배달을 온 용준(홍경)과 만나게 된다. 그 순간부터 용준의 시선은 늘 여름을 향해있다. 그 청량한 설렘은 공감을 더 한다. 미술을 전공한 이후, 배우의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며 알아가는 것들에 미소를 지을 줄 알고, 어느새 눈빛과 손짓으로 더 많은 말을 하는 노윤서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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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통해서 현장 경험은 있지만, 극장 개봉은 처음이다. 소감이 어떤지 궁금하다.
"너무 재미있어서 즐기는 중이에요. 무대인사도 처음 했는데, 팬 분들 에너지 덕분에 즐기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음악이 완전히 입혀진 건 처음 봤는데요. 배경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나, 손 부딪히는 소리 등을 들을 수 있는 게 '청설'의 특색이거든요. 그런 소리가 배경음악과 조화가 잘되어서 너무 좋았어요."
Q. '청설'은 커다란 갈등 구조보다, 여름과 가을 자매, 그리고 여름을 향한 용준의 첫사랑 등이 투명하게 담기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한 감정선을 어떻게 고민하며 임했나.
"'청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정말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이임에도 놓친 부분이 있었고, 서로가 가까워지려던 찰나 멀어지고, 밀어내는 미묘한 관계의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요. (손짓) 관계의 멀어짐과 가까워짐을 디테일하게 잡아가려고 노력했어요. '이 장면에서 여름이가 마음을 열지 않을까요?'라고 현장에서 질문을 많이 했었어요. 또 가을이에게 닥친 일과 여름이와의 장면들을 잘 담아내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감독님과 배우들과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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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어 연기가 인상 깊었다. 특히 가을 역의 김민주와 굉장히 감정이 많이 묻어났다. 그 티키타카는 어떻게 연습했나.
"처음에는 되게 크게 생각하고 부담감이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가나다라'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대본 속 대사부터 바로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수어는 손에 감정을 담아야 하잖아요. 말로 하는 대사보다 더 크게 보이기도 하고요. '맥주 한 잔, 콜' 같은 것도 수어로 하니, 더 귀엽게 보이기도 하고요. 티키타카 연습을 많이 했어요. 저보다 가을이가 더 고생을 많이 했어요. 수어로 감정을 쏟아내야 해서요. 너무 잘 해내더라고요. 사실 수어에 모든 감정이 담겨요. '10년을 고생했다'라고 이야기할 때, 그냥 손을 돌리기만 하면, 수어 선생님께서 '그거 고생 아니야'라고 말씀하세요. 정말 힘들게 돌려야 표현이 되는 거라서요. 그런 디테일한 요소들을 현장에서 검수하며, 많이 여쭤보고 담아내려고 노력을 한 것 같아요. 현장에서 저희끼리 '바보' 같은 장난치는 수어를 배워서 표현하고 놀았던 것 같아요."
Q. 사실 가을이도 그랬지만, 여름이도 용준이에게 감정을 수어로 쏟아내지 않냐.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용준이를 본 여름이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서로에게 유일하게 날카로웠던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홍경) 오빠가 '내가 너를 힘들게 하니'라고 하거든요. 예고편에도 나오는데, 그 전후의 표정이 달라져요. 일부러 더 그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제가 끄덕이거든요. 그걸 마주한 (홍경) 오빠의 표현들이 너무 좋았어요. 너무 가슴 아파해줘서, '오빠도 완전히 몰입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둘 다 몰입한 장면이라 눈빛이 잘 담긴 것 같고요. 정말 마음이 콕콕 쑤셨던 것 같아요. '내가 이제 너까지 신경 써야 해?'라는 여름이의 대사에 본심과 함께 현실에서 지쳐가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것 같아서 안쓰럽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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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간담회에서 홍경이 "마지막 장면에 진짜 마음이 담겼다"라고 했는데, 해당 장면을 찍었던 현장도 궁금하다.
"너무 떨렸어요. 저희 둘 다 첫 키스신이었거든요. 처음에 둘 다 너무 떨어서 안 예쁘게 나오는 거예요. 그게 귀여울 수는 있어도, 예쁘게 나와야 하잖아요. 그런데 둘 다 뚝딱거리니,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저희 둘 다 좀 덜 떨기는 했어요. 이 장면이 주는 무게감에 대한 떨림도 있고, 처음이라는 떨림도 있고, '이게 맞나?' 생각하며 확신할 수 없는 떨림도 있고, 마음이 바빴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용준이와 여름이의 떨림이 잘 담기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Q. '청설'은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한 자신의 주연작이기도 하고, 이 작품을 통해 분명 배운 바가 있었을 것 같다.
"저희끼리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배운 점이 많아요. 책임감도 너무 막중했고요. 계속 실감이 안 났거든요.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고요. 일단, 수어를 배우며 얻어가는 것도 많아요. 연기의 표현력도 풍부해졌고요, 인생에서 큰 재산을 얻어가는 느낌이에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장르와 언어를 얻어가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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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홍경과의 호흡을 통해 느끼고 배운 지점도 있을까.
"(홍경) 오빠가 정말 연구를 많이 해오는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저라면, 이렇게 표현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자기 친구에게 여름이의 바이크를 '내일 아침 아침까지 수리할 수 있어?'라고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이 용준이가 수어를 되새기는 장면이거든요. 잊혀가고 있던 수어를 여름이를 위해 다시 떠올리고 있는 거죠. 원래 대본에는 '내일까지 수리 가능해?'라는 대사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여기에 더듬더듬 수어를 하면서 대사를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름이를 만나기 전, 자신의 이름 '용준'을 한 번 연습해 보는 모습 등이 너무 섬세하다고 생각했어요. 자기 상황과 스토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현장에서 '용준이로서 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연구를 많이 하는 배우가 되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Q. 이런 배움들이 더 단단한 '노윤서'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전작들에서도 어마어마한 선배님들과 함께하지 않았나. 기억에 남는 '배움'이 있었을까.
"정말 선배님들께서 많은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는데요. 전도연 선배님께서 '일타스캔들' 현장에서 그 상황, 상황에 맞게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제가 '어떻게 하죠?'라고 많이 여쭤봤는데, 정말 하나하나 다 답변해 주셨거든요. 그리고 '(노)윤서야, 앞으로 다양한 거 많이 하고, 가리지 말고,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거 많이 해보며, 다양한 시도를 해봐'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 말씀도 너무 감사했어요. 실제로 선배님께서 어떤 것에도 국한되어 있지 않은 배우이시잖아요.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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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고 출신의 미술 전공이라고 알려졌다. 어떻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나. 차츰 알아가는 연기의 맛은 어떤가.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소속사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배워보지 않겠냐?'라고 제안해 주셔서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다니면서도 계속 배웠고요. 계속하다 보니, 오디션을 보게 되고, 또 오디션에서 붙어서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온 것 같아요. 미세한 차이인데 변화해 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변화가 조금 있네', '더 잘하고 싶다' 이런 욕심들이 계속 생기며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요. 제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는 정말 내성적이었거든요."
Q. 데뷔 후, 꽉 찬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지, 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사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블루스' 같은 엄청난 작품을 찍고, 상도 받고, 감사하면서 동시에 돌이켜볼수록 신기한 거예요. '이 선배님들과 함께했다고?', '이 작품에 내가 나왔다고?'라고 생각하면서요. 가끔 과거 제 모습을 보면 '시간 빠르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렇게 연기를 했었네' 하면서 꽂히듯이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우리들의 블루스'도 그렇고, 땅바닥에 발붙이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삶의 낭떠러지에 서 있는 역할도 해보고 싶고요. 얼마 전 '소년 시절의 너'라는 영화를 다시 봤는데요. 그 속 주동우 배우님의 연기도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다 보면, 극한으로 끌어내 상상하고, 대입하고, 연기하며, 배우는 지점도 많을 것 같아요. 저의 새로운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정말 나중에는 악역도 해보고 싶고요. 다양한 작품에서 다양한 인물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