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는 숙인 尹...‘김건희 특검법’ 반대‧여론조작 등 의혹 전면 부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제 주변의 일로 국민께 걱정과 염려를 드려 죄송하다”며 허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논란, 공천개입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건희 특검법을 “사법 작용이 아닌 정치적 선동”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를 했는데 기소를 못했지 않았나”라며 “다시 또 방대한 규모의 수사팀을 만들어서 수사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다시 수사하면 제 아내만 조사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재수사해야 하는데, 통상 수사로 한번 털고 간 것에 대해서는 반복하지 않는 일사부재리를 적용한다”며 “특검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인권 유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여당이 반대하는 특검을 임명한다는 자체가 기본적으로 헌법에 반하는 발상”이라며 “이런 일이 반복이 된다면 사법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되는 칼을 정치에 가지고 오는 것을 초래할 것”이라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다만 “저는 제 아내가 어떤 과오를 저지르고 불법을 저질렀다면 아무리 사랑하는 아내지만 제 신분이 변호사면 제가 제 아내를 디펜딩 해줘야 한다”면서 “그러나 제가 검찰총장이나 대통령으로 있다고 하면 그건 할 수 없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변호 차원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사진출처=뉴시스]

김 여사 ‘리스크 관리’...제2부속실 발령

김 여사의 대외활동과 관련해서 제2부속실을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한 제2부속실장 발령에 대해 “리스크는 좀 줄어들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그간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한 일을 제외하곤 사실상 중단해왔다. 앞으로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대외 활동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좋아하시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 그러면 안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해 “순진한 면도 있다”며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는 그런 걸 갖고 있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정치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낸 신청서가 공개되다 보니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돼 그날만 문자가 3000개 들어왔고 이후에도 카카오톡,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다”며 “하루종일 사람을 만나고 여기저기 다니고 지쳐 쓰려져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가) 안 자고 엎드려서 제 휴대전화를 보면서 답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내는) 이 분들이 다 유권자인데 여기 답 안 하는 선거운동이 어디 있냐면서 날밤이 바뀌어서 했었다”며 “누구에게 도움을 받으면 인연을 탁 못 끊고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김건희 여사 관련 질문에 눈가를 만지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김 여사 ‘국정개입’ 의혹 강력 부인

하지만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강력히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은 대통령과 함께 선거도 치르고 대통령을 도와야 되는 입장”이라며 “대통령이 회의 때 참모들한테 막 야단을 많이 친다는 말이 많이 있는데 ‘당신 좀 부드럽게 해’ 그런걸 국정 관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서 선거도 좀 잘 치르고 국정도 남들한테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 하기를 바라는 일들을 국정 농단이라 한다면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를 해야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명태균과 부적절한 일 없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논란과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제가 대선 당선된 이후에 연락이 왔는데 축하 전화를 받고 명태균 씨가 선거 초입에 여러 가지 도움을 준다고 움직였기 때문에 수고했다는 얘기한 기억이 분명히 있다고 비서실에 얘기했다”며 “자기가 문자를 보냈을 수 있지만 제가 문자를 답을 안했다면 소통을 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라고 했다.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적극 부정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여론조사 해달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제가 여론조사를 조작할 이유도 없고, 여론조사가 잘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조작할 이유도 없다”면서 “또 잘 안 나오더라도 그것을 조작하는 건, 전 인생 살면서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공천개입 한 적 없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부정하는 입장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공천 문제는 개입이라는 것의 정의를 따져봐야 한다”며 “당시 공관위원장이 정진석 비서실장인 줄 알았고 그만큼 저는 당내 공천에 관심 가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도 없다”며 “오히려 당에서 당의 중진 의원 중에서 저한테 전화해서 ‘이런 정도는 여론이 좋지 않으니 바람직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는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원리 원칙 얘기만 했지 ‘누구 공천주라’는 얘기는 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누구 공천 주라고 사실 얘기할 수도 있다”며 “외압이 아니라 의견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도 대통령이 얘기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적절한 시기에 인사 통한 쇄신 면모 보여줄 것”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인적 쇄신에 대해 윤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에 그 적임자들을 찾아서 어떤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하기가 근본적으로 어려운 면은 있지만 임기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제가 적절한 시기에 인사를 통한 쇄신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에 대해 재차 사과하며 “저와 제 아내의 처신으로 인해 국민께 걱정을 끼쳤다”면서 앞으로 국민을 위한 국정에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