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과 용산에서, '실린더' 대표 노두용이 꾸미는 일

봉천동과 용산에서, '실린더' 대표 노두용이 꾸미는 일

바자 2024-11-07 08:00:05 신고

3줄요약
CYLINDER 노두용
실린더 1과 2는 봉천동과 용산, 전혀 다른 두 동네에 자리해 있다. 대표 노두용은 이 두 곳을 혼자 운영한다. 2030년 실린더가 10년 차가 되었을 땐 지금보다 더욱 괴상한 무언가를 보여줄 생각이다.

2020년 봉천동에서 실린더 1을 시작할 땐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그림을 그렸을 것 같다. 작가였던 당신의 작업물을 전시할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었으니까. 그 시기엔 많은 것이 그러했겠지만 코로나라는 변수로 인해 우연한 기회의 연속이었다. 공사 계획이 틀어져 차일피일 오픈을 미루고 있던 상황에서 이원우 작가에게 대관 문의를 받아 얼떨결에 첫 전시 ≪AI VS AI≫를 꾸리게 됐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움직이는 오브제가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전시였는데, 일종의 모더레이터 역할을 하며 열심히 관객을 속였다.(웃음) 공간을 만드니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재미를 붙여 그 다음부터는 방향을 아예 바꾸어보았다. 졸업을 앞둔 학부생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토크(TORQUE)’ 프로그램을 만들어 작가들에게 직접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난 첫 번째 작가가 올해 프리즈 서울에도 함께한 이종환 작가다.
작년 5월에는 용산에 실린더 2를 열었다. 서울 내 갤러리 지형도로만 따지자면 변방에 있다가 메인 스트림에 합류한 모양새다. 갤러리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던 나에게 실린더 1의 수명을 2년으로 단정 지어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용산에 두 번째 공간을 연 건 봉천동에서 시작한 지 딱 2년이 된 시점이었다. 머물러 안주해 있지 않고 다음 챕터를 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실린더 1이 너무 멀다던 사람들의 핑곗거리를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도 있었고.(웃음)
갤러리스트로서 자신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작품을 단순히 흰 좌대에 올리는 것 말고 재단을 만들거나 와이어로 작품을 거는 것처럼 여러 가지 요소와 형태를 차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운송과 설치도 최대한 직접 하려 한다. 지금은 문을 닫은 뉴욕의 헬레나 언라더(Helena Anrather)라는 갤러리를 좋아했는데, 벽을 부수고 철골 구조를 만들어 걸고 가로등을 두는 식의 온갖 말도 안 되는 프레젠테이션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한국에도 그런 갤러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갤러리스트에게 안목과 직감만큼이나 중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다. 자신의 감각에 다시금 확신을 얻게 된 순간이 있다면. 연고도 없는 영국 작가 트리스탄 피곳(Tristan Pigott)의 전시를 하고 싶어 무작정 실린더 사진을 보내며 연락한 적이 있다. 어쩐 일인지 작가가 덥석 제안에 응해준 덕에 기쁘게 준비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작업을 전부 팔았다. 페어가 아닌 실린더 전시로 그 정도의 수익을 낸 건 처음이었다.
서울의 미술시장 안에서 어떤 흐름을 기대하나? 조금 덜 진지하고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컬렉터들을 보면 대체로 어느 하나에 꽂혀 구매를 결정하더라. 색이든 형태든, 시각적으로 꽂힌 무언가가 있다면 갤러리스트가 설명하는 담론과 유행 따위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거창할 것 없이 좋아서 하고, 좋아서 사는 미술도 있다. 미술의 가벼운 면을 등한시하지 않길 바란다.

고영진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또래 갤러리스트들을 만난 뒤 실린더, 상히읗, 샤워, 오브의 10년 뒤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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