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소설'블러핑'34] 구 대방이 가쓰라의 총에 쓰러지자 임치구는...

[팩션소설'블러핑'34] 구 대방이 가쓰라의 총에 쓰러지자 임치구는...

헤럴드포스트 2024-11-07 04:40:00 신고

3줄요약
삽화=윌리엄
삽화=윌리엄

“통감, 제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뜸 들이지 말고 이야기해 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야지. 이런 큰 선물까지 받았는데.”

송상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토는 시부사와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송상은 조심해야 하네. 우리도 가능하면 내버려두고 있는 상태야. 조직이 워낙 커서 자칫하면 우리에게 치명적인 적군이 될 수도 있어. 현재 우리와 크게 충돌하지 않고 지내고 있지만 잘못 건드리면 골치 아픈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독립군에 자금을 대고 있다는 증거도 없이 통감부가 나설 수는 없네. 하지만 자네들이 사적으로 움직이는 거야 내가 눈 감아 줄 수는 있네.”

시부사와는 이토의 말을 듣고 가쓰라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쓰라 를 다시 만난 시부사와는 이토의 말을 전했다. 

“통감부가 나서기는 어려우니 우리가 개인적으로 하는 것은 관계치 않겠다고 하네.” “차라리 잘되었습니다. 우리가 직접 하시지요. 제가 적합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면 되겠나?”

“제가 진행하다가 막히면 선배님에게 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쓰라는 구 대방이 경성에 온다는 첩보를 듣고 구 대방을 납치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구 대방과 지밀원장 임치구 일행은 날이 어두워지자 경성과 한강을 거점으로 활동 하고 있는 경강상단을 만나기 위해 개성을 출발했다. 눈에 띄지 않게 두, 세 사람 정도만 짝을 지어 움직였다. 요즘 들어 부쩍 일본 상인들의 행패가 심해져서 조심하는 편이었다. 가쓰라는 경성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조용히 구 대방을 납치할 계획이었다. 40여 명의 낭인들은 칼과 총으로 무장하고 덕은포에서 구 대방 일행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성에 거의 다다르자, 구 대방 일행은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때 일본 낭인들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포위망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좁은 골목 길을 들어서자, 낭인들이 구 대방을 에워쌌다.

“웬 놈들이냐?”

낭인들은 대답 없이 칼로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가쓰라가 고수들로 엄선한 터라 빈 틈이 없었다. 구 대방과 지밀원 요원들이 낭인들의 공격에 대항했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8명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낭인들의 기습 공격으로 이미 4명이 칼에 맞았다. 임치구를 겨냥한 가쓰라의 총구를 보자 구 대방은 몸을 날렸다. 쓰러지는 구 대방을 임치구가 안았으나 이미 늦었다. 혼자 남은 임치구는 눈물을 머금고 포위망을 뚫어서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송상 식구들이 위험하다. 빨리 피신시켜야 한다."

가쓰라는 구 대방을 생포할 계획이 틀어지자 임치구라도 생포하려 했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 개성에 도착한 임치구는 구 대방의 외동딸인 구정순과 지밀원 식솔들을 데리고 연해주로 급히 도주했다. 가쓰라는 전국의 송방을 샅샅이 뒤져 송상의 재산을 모조리 강탈했다. 연해주는 시베리아의 동남단에 위치하여 흑룡강, 우수리강, 동해로 둘러싸인 지역 으로 나진시와는 140km, 경성은 740km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시베리아 연해주는 혹독하게 추웠다. 임치구는 아들에게 구정순을 보살피게 하고 최주형을 만나러 밖을 나섰다. 연해주에는 러시아인보다 한인이 더 많이 살았다. 일본의 수탈로 살기 힘들었던 함경도와 평안도 지역 농민들이 연해주와 만주로 이주하여 한인의 수가 8만 명이 넘었다. 최주형은 연해주에서 많은 돈을 벌어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러시아에 능통하고 수완이 좋은 최주형은 러시아 군대와 관청에 물품을 납품하고 건설공사 청부업을 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동중철도가 건설되고,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철도와 전쟁과 관련한 납품이 많이 늘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원장님.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여기서 다시 만나니 반갑습니다.”

최주형은 송상의 지원으로 연해주에서 터를 닦았으며, 지밀원의 연해주 지부장 역 할도 겸하고 있었다.

“구 대방께서 일본 놈들에게 당하셨다니 어찌 이런 일이…”

“따님을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지밀원 식구도 80명 정도 같이 왔고, 조만간 식구 들이 꽤 많이 이곳으로 올 겁니다.”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거처를 급하게 마련하겠습니다.” 

최주형은 1896년 5월 거행된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연해주 한인 대표 로 참석할 정도로 러시아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새로운 둥지를 튼 송상은 임치구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조직을 재정 비해 나갔다.

연해주에 정착한지 어느덧 5년이 흘렀다. 구정순은 암기력이 뛰어났고, 판단이 빨랐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빼어 닮았다. 임치구는 구정순을 자식 이상으로 살뜰하게 보살폈다. 구정순은 송상을 이어갈 유일한 구 대방의 자손이었다. 연해주는 해외 독립운동의 유력한 기지가 되었다. 한인이 다수 거주하고, 독립운동 지도자들이 연해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송상은 연해주로 망명을 온 독립운동가들을 지원했고, 독립군 결성에 앞장서며 세를 키워 나갔다. 연해주는 만주의 북간도와 함께 독립군의 근거지로서 해방을 맞을 때까지 우리 독립지사들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팩션소설'블러핑'35]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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