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에서 심각한 의료진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인해 혈액종양내과 교수 5명 중 2명이 이달 중 병원을 떠나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과 경남 지역의 암 환자 치료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의료진의 이탈로 인해 지역 의료 체계가 붕괴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지난 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혈액종양내과 교수들을 붙잡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떠난 후 교수들은 당직과 수술 일정 조율, 환자 식음료와 소변줄 교체 등 모든 업무를 직접 맡아왔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교수들 중 일부는 병가를 내거나 사직을 원하고 있다.
다른 진료과도 상황이 비슷하다. 부산대병원 전공의 243명 중 현재 남아 있는 인원은 5명에 불과하다. 의정갈등 기간 동안 교수 등 전문의 숫자는 324명에서 301명으로 줄어들었다. 정 원장은 "모든 진료과가 환자를 돌보고 있지만, 의료진의 피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환자를 받기 어렵고, 수술이 기약 없이 밀리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부산대병원의 수술 건수는 1월 2000건에서 지난달 1200건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병원 수익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정 원장은 "연말까지 진료수익 적자가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병원은 지난 4월부터 비상 경영체제 3단계를 시행 중이다. 퇴직금으로 큰돈이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20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 대한 명예퇴직 접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정 원장은 "수술 역량은 생명이 위태로운 암 환자나 사고로 크게 다친 초응급 환자에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응급 환자는 언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고,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 초응급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매우 높지만, 현재 모든 의사가 수술에 투입된 상황에서는 환자를 받을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정 원장은 지역 대학병원이 이런 상황을 버틸 수 있는 데드라인이 내년 3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학병원 교수는 연구와 교육에 더 뜻을 두고 있지만, 올해 의대 파행 속에 큰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은커녕 병원 업무에 쫓겨 연구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대형병원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빗발치고 있으며, 실제로 흔들리는 교수들도 많다. 내년 3월에도 학생이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 교수들은 병원을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관련해 부산대병원·부산대 교수진과 의대생 등 70여명이 지난 3월 11일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때 정 원장은 "의대 정원을 늘린다면 관계 부처와 의료 현장이 긴밀히 논의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1년이 지난 지금, 정 원장은 "현재의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서 현장과 소통이 부족했던 게 아쉽다"고 평가했다. 전공의들이 '내년 의대 정원 재논의'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것과 관련해 "이미 절차가 많이 진행돼 어려움이 크지만, 지금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고, 시간이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재논의를 포함한 특단의 조치라도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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