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정부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구역으로 서울 서초구와 경기 고양·의왕·의정부시 일대를 지목했다. 해당 지역은 다른 공공주택지구보다 보상이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그린벨트에 묶여 보상해야 할 지장물(공공사업 시행의 방해물)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신규 택지의 행정 절차를 단축하고, 오는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을 마치고 2029년 첫 분양 후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주택 공급을 마칠 방침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 3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선제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만큼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우선 공급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있는 곳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 안정 효과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8.8 주택공급 방안 후속 조치 목적으로 서울 인접 10㎞ 내 생활권에 도심 접근성이 양호한 택지를 공급한다는 면에서 정부의 수도권 주택공급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대표 시민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보금자리주택부터 3기 신도시까지 보상가 문제로 홍역을 치른 선례가 많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발표는 장기적 주택공급 신호와 양질의 택지확보란 장점이 있지만, 지자체별 특화계획이나 주변 연계개발을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거나 지구지정 및 지구계획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택지보상 등을 고려하면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 2025년과 2026년 수도권 아파트 준공 물량 부족 문제를 당장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택지지구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 등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집중될 전망이라 서초 서리풀지구 같은 알짜 입지는 일반분양 물량을 놓고 당첨을 위한 세대 간 눈치보기가 치열할 전망"이라면서도 "환경 보존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와의 갈등 중재나 임대주택 공급 비중이 높아 택지개발을 반대하는 지역 내 님비 목소리 대응 및 돌파도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반값아파트라고 불리는 보금자리주택 사업 등 국책사업과 지방자치단체 현안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189㎢ 추가해 총 532㎢로 늘렸고 88㎢의 그린벨트를 풀었는데, 당시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추진됐으나 민간 주택사업 위축, 주택거래 침체 등의 부작용을 낳으며 현 정부 들어 사업이 중단된 사례를 언급하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경제정의실현시민연합(경실련)도 과거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 마곡·위례, 경기도 판교·과천 등에 주택을 공급했던 사례를 들어, 결국 적정가보다 비싼 아파트가 돼 집값을 끌어올리는 부작용만 낳았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에 해제지로 포함된 내곡동 그린벨트만 분류해 살펴본 결과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 1249건 중 최근 10년 내 거래가 493건으로 전체의 39%에 이른다"며 "5년간 거래 내역 128건 가운데 지분 단위 거래가 57건으로, 45%가 '지분 쪼개기'로 매매됐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쏠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는 대한민국 지속 가능성마저 저해할 수 있다"며 "수도권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한 평도 허물어선 안 된다. 집값은 못 잡고, 투기만 부추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6일 성명을 통해 "강남권 그린벨트 해제는 기존 주택공급에 차질을 초래할뿐더러 서울수도권 집중현상을 가속화하고 집값 안정효과도 적다"면서 "더욱이 과거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거의 없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 기후 위기 시대에 환경 파괴를 가속화하고, 서울·수도권 집중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무릅쓰고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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