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의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와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간의 경영권 분쟁 최대 수혜자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라는 업계 일각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한미그룹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부 계열사 대표단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그룹 내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북경한미약품 임해룡 총경리,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이사,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이사, 제이브이엠 이동환 대표이사,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 사업 박준석 부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는 지난 4일 한미그룹 사내망을 통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 방침을 비판했다.
신 회장이 이번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반사 이익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게 계열사 대표들의 공동성명 발표의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성명서에는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 했고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다"라며 "그룹 내 일부 임직원들까지 실체가 불분명한 독립경영을 외부에 선언하며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주주 가족은 한미의 미래를 위해 모든 다툼을 중단하고 일부 주주 및 외부 세력의 잘못된 경영간섭을 거부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지적하는 '단순 주주'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앞서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은 형제 편에 서며 일단락됐다. 하지만 7월 신 회장은 모녀와 다시 손을 잡으며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반전이 이뤄졌다.
이후 한미약품은 8월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이사 중심의 독자 경영을 선언하며 인사팀, 법무팀 신설 등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지주사 경영권에서 벗어나 모녀와 신 회장의 '3자 연합' 주도로 한미약품의 독립경영 추진에 나선 것이다.
이에 계열사 대표단은 신 회장을 겨냥해 "한미그룹의 단합을 위해 외부세력은 더 이상 한미에 머물지 말고 편가르기와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외부세력은 한미에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자였던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임 회장의 권유로 지난 2010년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출범할 당시 42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5%를 사들였다. 현재 모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6.5%(444만4187주)를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9월 거래를 마무리해 한미사이언스의 1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한미약품그룹을 손에 좌지우지하려 한다' '갈등의 중심에 신 회장이 있다' 등의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신 회장 측은 "오버행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모녀 주식 일부를 시세보다 15%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미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타 기업에 한미를 넘기는 딜을 반대한 것일 뿐, 형제 편을 든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또한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신 회장 등이 포함된 3자 연합 측을 공개 지지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4만원대였던 주가가 3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회사 악재로 작용하며 소액주주 내부에서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한편 오는 2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이사회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정관변경 안건과 신동국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현재 임재현 대표 측이 5대 4로 3자 연합에 비해 우위에 있지만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사 선임 안건은 주총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지만, 이사회 정원 정관변경은 주총 출석 의결권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녀 측은 신 회장과 몇십 년을 알고 지낸 사이로 신 회장을 많이 의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34.78% 두 형제의 지분은 29.07%인데 계열사 전문 경영인까지 형제쪽을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 회장은 외부 세력이 들어오는 것을 어느 쪽이든 반대하는 입장인데, 그러다 보니 본인이 어느덧 한미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 아니냐"라고 언급했다.
장세진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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