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정부, 12년만에 서울 그린벨트 풀어 5만가구 공급.. 시민단체 "투기만 부추길 것"

[이슈] 정부, 12년만에 서울 그린벨트 풀어 5만가구 공급.. 시민단체 "투기만 부추길 것"

폴리뉴스 2024-11-05 20:50:24 신고

정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를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정부가 당초 8·8 부동산 대책에서 예고했던 대로 수도권 일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후보지를 발표했다. 서울 서초 서리풀 지구 등 수도권 4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어 총 오는 2031년까지 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주택지구 지정부터 지구계획 수립, 지역주민과의 협의, 토지 보상 등을 거쳐야 하기에 후보지 발표 이후 주택 공급까지 최소한 7년은 걸리는 만큼 주택 부족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민단체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투기만 부추길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첫 분양 2029년·입주 2031년 제시…정부 "행정절차 단축해 속도 높일 것"

5일 국토교통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합동 브리핑을 열고 지난 '8·8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2만가구) ▲고양대곡 역세권(9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4개 지역의 그린벨트를 풀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발표 지구들은 이미 훼손돼 환경적 보전 가치가 낮은 개발제한구역과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발생 중이거나 우려되는 지역으로 계획적·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곳"이라며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을 조성해 수도권 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거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신규택지 4곳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곳은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 서리풀지구다.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67만평)으로 정부는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해 서리풀지구에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09~2012년 보금자리 주택을 짓기 위해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5㎢를 해제한 바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인근에 양재, 판교 등 업무지구가 있고, 지하철과 SRT 등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 첨단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전체 공급가구 중 55%(1만1천가구)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인 '미리 내 집'으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고 2자녀 이상 출산 때는 20년 후에 시세보다 80∼9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개발 압력이 높고 난개발 우려가 있어 체계적 개발이 필요한 '고양대곡 역세권'과 '의왕 오전·왕곡', 군부대가 자리잡아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의정부 용현' 등 3개 지구를 통틀어 총 3만가구를 선정했다.

고양대곡 역세권은 GTX-A,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만나는 철도교통 요충지로 개발 압력이 높아 개발이 시급한 곳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해당 지구에 신규 택지와 함께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중점 배치해 상업·문화·생활시설이 연계된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의왕 오전·왕곡도 경수대로·과천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에 연접한 부지에 산업기능 유치 잠재력이 높은 곳으로 난개발이 우려돼 계획적 개발이 요구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서울 경계에서 3km가량 떨어져 있어 입지가 좋지만, 군부대로 인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곳이다. 의정부 신곡동, 용현동 일대 81만㎡(24만평)로, 개발이 예정된 인근 의정부법조타운, 기존 도심과 연계한 통합 생활권을 조성한다.

이날 정부는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라는 시간표를 제시했으나 토지 보상 등 절차가 제때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일반적으로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지역주민과의 협의, 토지 보상 등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후보지 발표 이후 주택 공급까지 통상 7~8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전부터 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하고 지구계획 수립을 앞당기는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해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출처=연합뉴스]

경실련, 그린벨트 해제 주택공급 비판 "투기만 부추길 것"

정부가 신규 택지 조성을 위해 12년 만에 서울 시내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한 데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집값은 못 잡고, 투기만 부추길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5일 입장문을 내고 "집값 안정 효과 없이 오히려 집값 상승, 투기 우려 등 여러 부작용만 불러일으키는 그린벨트 해제를 당장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경실련이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그린벨트 토지소유주 현황 분석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세곡동, 서초구 내곡동 그린벨트 최근 5년간 지분매매가 전체 거래의 47.3%로 거의 절반이었고,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 가운데 투기가 의심되는 이상 거래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번에 해제지로 포함된 내곡동 그린벨트만 따로 분류해서 살펴본 결과, 개인과 법인 등 민간 거래 1,249건 가운데 최근 10년 내 거래가 493건으로 전체의 39%에 이른다. 최근 5년간 거래 내역 전체 128건 가운데 지분단위 거래가 57건이었다. 전체 거래의 45%인 절반 가까이가 지분 쪼개개로 매매됐다.

경실련은 "이곳 주변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지가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만이 개발 이후에 분양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자와 투기꾼들만의 부를 대물림하거나 불로소득을 창출하는 투기처가 될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증된 실패한 정책"이라며 "서울의 마곡, 위례, 경기도의 판교, 과천 등에서 많은 주택들이 공급됐지만 모두 적정분양가보다 비싼 판매용 아파트로 공급되며 주변 집값만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지 발표를 즉각 철회하고, 그린벨트 해제에 따라 필연적으로 반사이익을 보는 이들이 발생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가 사익 추구에 이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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