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애인이 폭행" 고소했지만 '무죄'...대체 왜?

"비 오는 날 애인이 폭행" 고소했지만 '무죄'...대체 왜?

내외일보 2024-11-05 17:1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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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이혜영 기자 = 2020년 9월 당시 19세였던 A 씨는 "비 오는 날 애인에게 맞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 씨는 '비 오는 날'이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 정확한 사건 발생일을 알지 못했다.

그는 2019년 7~8월쯤 남자 친구였던 B 씨가 자신의 이성 관계를 의심하며 집에서 그를 침대 위로 밀친 후 주먹으로 자기 얼굴을 여러 차례 때렸다고 호소했다. 그는 B 씨가 저항하며 경찰에 신고하려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지며 화면을 깨트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확한 일시를 특정하진 못했지만, '비 오는 날' 그가 B 씨와 한 장소에서 만나 함께 그의 집으로 돌아온 뒤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후 자신이 B 씨에게 이별 통보를 하자 10월 6일 B 씨가 자기 집으로 찾아와 화를 내며 또다시 폭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경찰은 폭행이 일어난 날짜를 특정하기 위해 A 씨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했다. 택시에서 결제된 이력을 추려 A 씨의 이동 경로와 맞아떨어지는 날을 사건 발생일로 추정한 것이다.

A 씨가 자기 집에서 B 씨를 만난 곳으로 이동하고, 다시 B 씨와 함께 집으로 이동한 거리를 포털 사이트의 지도 서비스로 검색한 결과 거리 2.3㎞, 요금 4200원으로 나왔다. 사건 발생일은 두 날짜로 좁혀졌다. 3900원이 결제된 날인 7월 19일, 8월 29일이었다.

경찰은 두 날짜의 날씨를 확인했다. A 씨가 사건 발생일에 비가 왔다는 건 분명히 진술했기 때문이다. 한 포털 사이트의 날씨 검색을 통해 두 날 중 A 씨의 주거지와 B 씨와의 만남 장소였던 서울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에 비가 온 날을 확인했다. 7월 19일이 사건 발생일로 최종 특정됐다.

반면 B 씨는 A 씨를 폭행한 혐의, A 씨의 휴대전화를 손괴한 혐의 모두 부인했다. 사건 발생일을 두고도 강하게 부정했다. 그는 자신이 19일과 다음 날 과외 일정이 있어 19일에 분당에 머물렀다고 했고, 20일에 A 씨가 분당으로 넘어와 함께 한 맥줏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A 씨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에는 맥줏집에서 식사한 비용이 남아있었다.

A 씨와 B 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박석근)은 올해 9월 27일 B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경찰이 특정한 사건 발생일인 '7월 19일'이 과연 정확한지 직접 들여다봤다. 법원이 기상청에 사실조회를 통해 당일 날씨를 확인한 결과, 성북구와 동대문구 일대 강수량은 0㎜였다. '비 오는 날'에 사건이 벌어졌다는 A 씨의 주장과는 정반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경찰은 7월 19일을 범행 일자로 특정하면서도 당시 확인했다는 날씨 검색 결과는 첨부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사실조회를 통해 확인한 객관적인 증거와도 배치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특정된 사건 발생일 다음 날 두 사람이 식사했다는 사실도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근거가 됐다. 박 부장판사는 "'B 씨와 심하게 싸운 다음 날에는 그와 식당, 술집, 호텔을 가거나 데이트를 한 적이 절대 없다'는 A 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 등을 종합하면 A 씨의 진술이 완벽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은 전체적으로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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