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하는 약’ 둔갑한 ADHD치료제 불법판매 적발

일명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 불법판매업자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달 15일부터 10일간 진행된 집중 점검에서 식품 등 부당광고 게시물 83건, ADHD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암페타민 계열) 불법유통·판매 게시물 711건이 적발됐다. 식약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즉시 관련 홈페이지 접속 차단을 요청하고 관할 행정기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ADHD치료제가 대거 단속에 걸린 이유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삽하며 집중력과 학습 능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ADHD 환자가 치료제를 먹으면 도파민 수치가 일시적으로 높아져 유의미한 증상 완화를 얻게 되는데 이 효과가 수험생에게 발휘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당초 수험생의 ADHD치료제 오·남용은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된 문제로 지난 9월 식약처는 문제 해결을 위해 메닐페니데이트를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 조치기준에 추가했다. 암페타민은 국내 허가받은 제품이 없어 판매·광고 시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데도 ADHD치료제를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자 수험생 등의 마음을 불법판매업자가 겨냥하는 부당광고를 올려 수요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문제는 불법유통되는 제품의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위조 의약품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ADHD치료제는 진단받지 않은 정상인에게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켜 주의해야 한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단받지 않은 정상인이 ADHD치료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주의집중력이 더욱 좋아지는 효과는 없다. 경미하게 식욕부진, 심박동수 증가 등 부작용 증상부터 심한 경우 불면증, 환각 등 일시적 정신병적 상태까지 유발될 수 있으므로 오·남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패스트트랙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대두한다. 신속한 불법 마약류 유통 정보 차단을 위해서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비례)은 “식약처에서 적발한 마약류 관련 불법유통 정보는 방통위 의결을 거쳐 차단 절차를 밟는데 접수 시점부터 심의 의결까지 평균 99일 소요된다. 불법 마약류 유통을 즉각 차단하기 위해 적발부터 차단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