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최고의 수입원' 별칭 얻은 손흥민과 결별할까.
영국 유력지가 또 다시 토트넘의 손흥민 현 계약 1년 연장 옵션 활성화 보도를 내놓은 가운데, 최장 2026년을 끝으로 양측의 동행이 끝날지 시선을 모으게 됐다.
이미 여러 차례 이와 똑같은 기사들이 나왔지만 토트넘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어 일단 손흥민의 계약기간은 아직 내년 6월까지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계약기간 종료 전엔 옵션을 실행할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공동된 관측이다.
영국 유력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토트넘은 손흥민 계약에 대한 1년 연장 옵션을 활성화해 2024-2025시즌이 끝나도 그가 클럽에 계속 남게 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기간은 7개월 남았다. 구단 측에서 1년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장 옵션은 상호 동의가 아니라 토트넘의 일방적인 의사 통보로 유효하다는 소식 역시 전했다.
신문은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연장 옵션을 발동했다는 사실을 알리기만 하면 된다"며 "토트넘이 그렇게 할 생각인 것을 파악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10년 이상 잔류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의 토트넘 재계약은 리버풀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 통산 123골을 터트려 공동 19위를 기록하는 등 '토트넘 스타'에서 '프리미어리그 레전드'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에 따라 영국 언론이 올 초부터 연장 옵션 실행, 다년 재계약, 내년 6월 결별 등 다양한 예측을 쏟아내고 있는데 지금으로선 1년 연장 옵션 실행이 유력하다.
손흥민은 내년 6월 33살이 되기 때문에 적은 나이는 아니다.
하지만 기량이 여전히 살아 있고, 마케팅 가치가 높기 때문에 토트넘 입장에선 쉽게 결별을 생각할 문제도 아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미 영국 언론이 단적인 표현으로 드러낸 적이 있다.
영국 풋볼트랜스퍼스는 지난달 초 "손흥민은 토트넘의 최고 수입원이다. 계약은 2025년까지 유효하며, 손흥민은 최근 새로운 계약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다고 인정했으나 토트넘이 2026년까지 붙잡기 위해 1년 연장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면서 "손흥민이 자유계약으로 내년에 떠나지 않도록 1년 더 연장할 거란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니엘 레비 회장이 계약 연장을 활용하는 건 선수단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손흥민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중신 인물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손흥민 잔류가 전력과 마케팅 안정성을 모두 이끈다고 해석했다.
지난달 말엔 글로벌 경제지 '포브스'가 손흥민을 대서특필하며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포브스는 지난달 30일 "토트넘 홋스퍼는 한 스타에게 막대한 빚을 졌다"면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경기가 열릴 때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 중 하나는 한 선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팬들이 모이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토트넘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팬들 대부분 한국 최고의 선수 손흥민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단순히 축구 잘하는 선수가 아니란 뜻이다.
1992년생 손흥민은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현역으로 뛸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토트넘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손흥민과 장기 계약을 체결하기보다 1년 연장 옵션을 발동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텔레그래프의 보도도 두 달 전 가디언, 풋볼 런던, 더 스탠더드 등 영국 유력지들이 한 바탕 내놨던 보도와 별다르진 않았다.
토트넘은 아직 손흥민 계약기간 연장 공식 발표를 하진 않고 있다.
일각에선 토트넘이 손흥민과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려는 이유가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본다.
영국 내 최고의 이적시장 전문 기자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진 CBS스포츠 벤 제이콥스가 이미 이런 분석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일단 계약기간 1년 연장을 '보험' 성격으로 활성화해놓고 다시 한 번 '간을 보겠다'는 뜻이다.
제이콥스는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2026년 이후 게약 연장을 제안할지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토트넘이 2026년 이후까지 손흥민과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토트넘이 실제로 손흥민을 2026년 이후에도 붙잡고 싶은지, 아니면 손흥민의 나이와 클럽의 발전을 고려할 때 2026년이 자연스러운 이별 시점이라고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토트넘 측에서 지연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토트넘 내부적으로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결정할 때까지는 선수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며 왜 아직까지 토트넘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설명했다.
손흥민이 내년 이후에도 지금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년만 연장한 후 그때 가서 상황을 보겠다는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또한 제이콥스는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손흥민 입장에서는 기다리는 게임을 할 수밖에 없다. 이게 손흥민이 토트넘과 아직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라며 왜 손흥민이 공개적으로 구단과 계약 상황에 대해 밝혔는지 설명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아예 토트넘이 손흥민 없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아직 손흥민 이후 시대를 맞이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주전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는 더 이상 모든 걸 혼자 할 수 없다. 토트넘은 어느 시점이든 손흥민에게 의존하지 않고 골을 넣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면서 "손흥민은 이미 둔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공격수들로 차이를 메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토트넘이 계약 관련 액션을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가 되면서 손흥민 역시 최근 토트넘과의 잔류에 대해 다소 입장이 바뀌는 상황이다. 토트넘의 공식대회 우승을 목표로 충성심을 드러냈던 과거와는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는 지난 9월 23일 토트넘 팬 포럼에 주장으로 참가한 뒤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다.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여기서 뛴지 벌써 10년이 됐다.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할지 여러분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고,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승리"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내가 이 클럽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는 걸 보고 싶고, 모두가 나를 레전드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고 싶다"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토트넘을 떠나게 되더라도 토트넘 팬들이 자신을 팀의 레전드로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손흥민은 같은 달 25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가라바흐(아제르바이잔)전을 앞두고도 같은 질문을 또 받았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구단과 연장 협상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여러 가지 문을 열어두는 발언이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한 후 공짜로 내보내든, 내년 여름 이적료를 받고 팔든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이 참고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21년 첼시에서 뛰던 지루가 지금의 손흥민 처지와 똑같다.
첼시는 당시 지루와 맺은 계약서에 1년 연장 옵션을 갖고 있었다. 2021년 6월30일 기존 계약이 끝나는 상황이었지만 이탈리아 최고 명문 AC밀란이 그에게 관심 보여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계약기간 종료 25일 전인 2021년 6월5일 구단이 갖고 있는 지루 계약기간 연장 옵션을 행사했다. 지루의 경우엔 1년 연장 옵션 활성화가 결국 이적료 몇 푼을 챙기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물론 손흥민의 마케팅 가치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은 지루와 확연하게 다른 차이점이다.
토트넘 구단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한 스타 손흥민을 이제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 토트넘의 전력과 위상도 180도 바뀔 수 있다. 토트넘은 고심의 시간을 일단 1년 더 연장할 태세다.
긍정적인 전망도 물론 있다. 토트넘 소식을 주로 전하는 영국 매체 '스퍼스웹'은 4일 "손흥민이 토트넘에 상업적으로 얼마나 귀중한지를 감안할 때 어느 시점에 새로운 3년 계약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이 9년 전 400억원 안팎을 전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 주고 손흥민을 데려왔으나 이미 머천다이징, 구단 티켓 판매 등으로 수천억원을 벌어들인 상황에서 손흥민을 통한 마케팅 효과를 다시 한 번 누리기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다.
토트넘은 지난 2022년과 올해 등 두 차례에 걸쳐 한국 투어를 진행하면서 프리시즌 경기력 점검은 물론 토트넘 구단의 위상을 전세계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을 겪었다. 양민혁이라는 한국의 새로운 스타도 확보해 미래까지 준비하는 중이다. 손흥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발롱도르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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