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다양하다. 하루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서로 공유하는 일명 '스크린 타임' 챌린지가 유행했고 스마트폰을 넣으면 일정 시간 동안 잠금이 설정돼 꺼낼 수 없는 '금욕 상자' 상품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반납해야 입장할 수 있는 카페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스마트폰이지만 이들은 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디지털 세상과 멀어지려고 하는걸까. 기자 역시 지난 주말 디지털 디톡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기사 속 모든 사진은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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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유튜브 없는 공허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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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손끝의 감각. 아침에 일어나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을 확인하던 루틴이 멈췄다. 유튜브를 틀지 않은 채 하는 샤워도 오랜만이었다. 스마트폰이 주는 정보의 홍수가 사라지자 마음 한 켠이 공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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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지 않고 2시간이나 책을 읽었다… 군대 당직 시절 이후로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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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이 아닌 '책 읽기' 하나에만 집중하자 내용을 더 심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오랜만에 스마트폰 속 세상에서 완전히 단절된 채 눈 앞의 현실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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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온도·습도… 주변을 오롯히 느끼며 산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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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 이어폰 없이 걸은 탓인지 처음 본 이웃과 대화를 하기도 했다. 야외 운동 기구를 이용하던 한 어르신이 날이 풀려 저녁엔 쌀쌀하다며 외투를 가지고 나올 것을 조언해줬다. 감사하다고 답한 후 이곳에 자주 산책 나오시냐고 되물었다. 평소 같았으면 하지 않았을 대화를 몇 분간 이어갔고 이후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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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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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정도 정보의 바깥에서 있어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끊임없이 접속하고 무언가를 알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자 그동안 중요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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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숙면을 취했다… 다만 이유는 불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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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밤 11시가 되기 전에 일찍 침대에 누웠다. 평소라면 유튜브로 '침착맨 삼국지'라도 틀어놓고 라디오처럼 들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양을 세기 시작했다. 매일 늦은 새벽에 자다보니 잠에 드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40분 가까이 잠이 들지 못하며 뒤척였지만 이날은 자정이 되기 전 잠에 빠졌다.
놀랍게도 밤 동안 한 번도 잠에서 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정말 스마트폰을 하지 않은 덕인지 혹은 낮에 안하던 독서와 산책을 하느라 뇌와 몸이 피곤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스마트폰의 밝은 빛이 숙면에 중요한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OTT, 게임같이 화려한 빛이 많은 경우엔 그 자극이 눈을 감아도 뇌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아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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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속 세상에서 나오니… 그제야 보이는 다채로운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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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계는 우리를 빠르게 몰아간다. 우리는 그 속도에 밀려 종종 지금 이 순간을 잃어버리곤 한다. 스마트폰 없이 지내면 현재에 더 깊이 머물 수 있다. 물리적으로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는 순간 내가 머무는 현재의 밀도는 훨씬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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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중독' 미성년자 더 취약… '현실'과 '디지털' 사이 균형을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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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4명 중 1명(23.1%)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만 10~19세)의 경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0.1%로 가장 높았다.
이승엽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독특임이사(가톨릭의대 은평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사용으로) 전두엽 기능이 방해를 받아 주의집중력·충동성·우울·불안·수면 등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디지털 디톡스가 과도한 도파민 분비를 막아 정신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충동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은 20대 후반까지 이뤄지므로 되도록이면 자녀의 스마트폰 구매를 늦추고 보유 시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은 12년 전 보스턴대 졸업식 축사에서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고 조언했다. 당시 IT 산업의 정점에 서 있던 인물조차도 일정 시간 동안의 '디지털 디톡스'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 첨단 기술의 편리함도 분명 중요하지만 '현실'과 '디지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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