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선거‧정치의 외주화가 지속되면 제2‧제3의 명태균 나와…스스로 혁신하고 변해야”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지난달 29일 <명태균 사태의 본질과 제2‧제3의 명태균을 막으려면> 칼럼을 통해 정치권에 존재하는 선거브로커의 존재와 그로 인한 문제점들에 대해 밝혔다.

홍 소장은 선거브로커 등장 이유에 대해 “선거브로커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치인들이 먼저 정치 철학과 사회적 가치 및 시대정신을 탐구하고, 그것을 실행할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혁신하고 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선거브로커 수요 있어”

홍 소장은 “명태균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인물이 정치권을 초토화 시키고 있다”라며 “정치권과 언론은 명태균의 입만 바라보고 있고, 나라를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엄중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 현안이나 국정감사, 정치 현안을 명태균 이슈가 다 삼켜버리는 모양새로 이쯤 되니 우리 정치에 명태균과 같은 선거브로커가 어떻게 가능한 지가 궁금해진다”라며 “정치권에 명태균과 같은 인물이 명태균으로 끝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라고 전했다.  

정치권에는 말은 컨설턴트라 하지만 실상은 선거브로커들이 판을 치는 이유에 대해 “시장논리로 보면 명확해진다. 즉 선거브로커에 대한 정치권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다른 한편에서는 명태균이 선거브로커 수준을 넘어선 특별한 컨설팅 비법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했을 수도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볼 때 그 정도 능력은 안되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정치권에는 선거철이 되면 선거업무에 대한 컨설팅 수요가 있는데 여론조사와 정치광고기획”이라며 “정치광고기획사는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수십 년이 되었으며 주로 선거 콘셉트와 선거전략, 홍보물 제작, 방송 언론 대응, 선거차량 운용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하거나 외주를 받아 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보자들이 정치광고기획사에 선거업무를 맡기는 것은 광고기법이 전문성을 필요하고 까다로운 선거법 위반을 하지 않고, 효과적인 홍보를 하기 위함”이라 전했다.  

“선거브로커 업무 ‘검은 자금’ 필요로 해”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의 '공천개입' 직접 통화 내용이 공개되자 정치권에 던진 충격파가 상당하다. [사진=연합뉴스/명태균 페이스북]

홍 소장은 “이러한 정상적 정치광고기획사와는 별개로 약 10여년 전부터 선거브로커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라며 “이들은 정치광고기획사와도 다를 뿐만 아니라 그 이전의 선거 사안별로 개입했던 단순 선거꾼과도 달리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거나 ‘당선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성공보수도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브로커는 후보의 공천 또는 당선을 위해 정치권의 중요 인물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을 중재하거나 거래도 할 수 있고, 세력을 만들기 위한 조직도 만들 수 있고, 여론조사와 유튜버를 통해 언론에도 직접 개입할 수 있다”라며 “문제는 이런 일은 선거 후 공식적인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정치광고기획사의 일과 달리 선관위로부터 보전 받을 수 없는 돈 즉 ‘검은 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후보자, 정당 도움 없이 경선 치러 선거브로커에 당해” 

홍 소장은 후보자들이 위험한 선거브로커에 쉽게 당하는 이유에 대해 “후보자는 당의 공식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정당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하며 “그러다 보니 선거판을 움직이는 대단한 인물로 통하는 사람들을 찾게 되고,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이 추천하는 인물들을 먼저 만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렇게 만난 선거브로커의 특징은 첫째 자기가 맡았던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을 다 당선시켰다고 큰소리 치고 둘째 선거브로커들은 국정철학이나 가치를 바탕으로 한 비전이나 공약처럼 어렵거나 민심을 받드는 부담스러운 전략은 컨설팅 할 능력이 안 돼 후보에게 간단하게 정치공학적 이야기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즉 자신이 정치권에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많이 알고 있고, 그들 몇 명만 합종연횡하면 된다고만 이야기해도 정치 초보자들은 혹할 수밖에 없다”라며 “셋째는 반(反)대중관을 가지고 조직브로커를 동원하면 유권자를 끌어모을 수 있고, 유튜버나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세몰이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덧붙여 “넷째, 한발 더 나아가 공론 형성이라는 여론조사의 사회적 공기(公器)를 파괴하고 여론조작을 할 수 있다고 까지 한다”라며 “인맥과 언론 여론조사를 다 관리할 수 있다고 접근하는 선거브로커의 유혹에 안 넘어갈 후보가 얼마나 있겠는가? 특히 정치 초보자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라 개탄했다. 

“선거브로커, 여론조사 부풀려 용역비 과다 청구” 

홍 소장은 후보자가 선거브로커와 일을 시작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우선 후보자는 선거브로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그 보상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또한 상호 간에 생각하는 보상액도 차가 크며, 선거브로커는 불필요한 일까지 만들어 금액을 키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브로커의 일이 무형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자신들의 일을 사후에 증명할 수가 없기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보고서를 많이 만드는 것이고, 보고서 중에서도 용역비가 가장 크고 명확한 것이 여론조사이기에 대규모 샘플 수의 조사를 필요 이상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면 많은 회수에 걸쳐 수천, 수만, 수십만 명 조사를 했으니 용역비가 얼마다는 식으로 용역비를 청구한다”라고 밝혔다.  

“후보자‧선거브로커 불법 공유하는 관계 돼” 

이어 홍 소장은 선거브로커의 일 대부분이 선거법 위반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하며 “그 위법성은 당선되더라도 선거법상 당락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후보자의 많은 사적 약점까지도 노출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브로커에게 후보자의 약점이 잡히거나 선거브로커와 불법을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관계가 되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구분도 없어지고 심지어 선거브로커가 갑질을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제는 선거브로커가 할 수 있다고 하는 선거 관련 많은 일의 실효성은 사실상 거짓이거나 불가능한 것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일들은 돈이 많이 들고 불법이라는 것을 선거브로커가 더 잘 안다. 즉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비즈니스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은 이익을 확실히 챙길 방안과 리스크 회피 방안을 준비한다”라고 강조했다.  

홍 소장은 “이익을 챙기는 가장 올바른 방법은 용역비를 직접 후보에게 청구해서 정당하게 받으면 되나 많은 경우 후보에게 직접 돈을 받을 수 없으니 이익을 챙기는 다른 방안으로 돈줄을 끌어들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들도 대부분 이러한 돈줄을 알아도 눈을 감으며 문제는 그 돈을 대는 사람들도 대가를 바라는데 대부분 공천”이라며 “이렇게 폰지 사기처럼 다단계 먹이사슬로 문제를 키워 나간 것이 명태균 사건”이라 꼬집었다. 

그는 “선거브로커는 위험 회피를 어떻게 하는가? 그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서 후보자의 약점을 잡는다”라며 “선거 과정에서 만들어진 비밀을 녹취하거나 수집하여 증거물로 남기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러한 증거자료로 후보를 겁박한 사례는 잘 없고 있어도 은밀하게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과 같이 노골적으로, 공세적으로 공개하고 겁박하는 것은 명태균이 처음”이라 주장했다.  

“선거브로커, 정치적 이익 공유 위험성 커져” 

홍 소장은 “지금껏 지적한 것이 명태균 사태로 보아온 우리 선거판의 한 단면”이라며 “문제는 명태균과 같은 선거브로커 역할이 단순한 자문이나 컨설팅이 아닌 후보자의 정치적 행위의 대행일 수 있으며, 성격상 정치 그 자체일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그들의 영향이 선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가 당선된 이후로도 이어져서 국정이나 정치적 이권에도 개입하여 정치브로커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라며 “이렇게 되면 정치의 외주화 또는 정치적 이익의 공유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많이 지적받아오는 것이 우리 정치가 분쟁 갈등을 조정하거나 제도화하지 못하고 사법부로 끌고 가는 정치의 사법화 즉 사법부 외주화, 공천도 당 스스로 못하여 여론조사에 맡기는 공천의 외주화를 하는 상황에서 정치 자체의 외주화로 비치기 시작하면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예상했다. 

“명태균 현상, 정치권 자체의 무능과 왜곡된 수요 때문”

홍 소장은 “문민정부 이후 우리는 지속적으로 정치개혁을 해왔으며, 그 결과 많은 개혁적 정치 제도화가 이루어졌지만 이번 명태균 사태를 보면 지금까지의 정치제도 개혁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역량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태균 현상은 정치권 자체의 무능과 실패에서 비롯된 왜곡된 수요 때문”이라 주장했다.

이어 홍 소장은 “명태균과 같은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명태균 뿐만 아니라 명태균과 같은 선거브로커를 철저히 규제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일을 겪고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정치 역량을 키워 나가는 계기로도 삼지 못하고, 이후에도 사법 외주화, 공천 외주화에 이어 선거와 정치의 외주화가 지속되면 우리 정치는 선거브로커의 판이 되어 계속해서 제2‧3의 명태균이 나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홍 소장은 “이제 정치인들 남 말 하듯이 정치의 변화나 개혁을 제도 개혁 측면에서 요구하기보다는 정치 철학과 사회적 가치 및 시대정신을 탐구하고, 그것을 실행할 정치력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혁신하고 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정치인 자신들의 문제로 반성하고 혁신하기보다는 다른 정치인이나 국민을 탓하거나, 아니면 그럴 수밖에 없는 정치 제도나 정치적 관행의 구조적 문제로 변명하면 할수록 기성 정치인의 교체나 정치권 청산에 대한 요구만 더 커질 것”이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