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ㅇ 예전에 후지산 갔다 왔다고 글 쓴 개붕인데 이번엔 설악산 다녀옴.
업적작도 하고 늦긴 했지만 겸사겸사 단풍놀이도 하고.
계획: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서 대청봉 찍고 소공원으로 내려오기.
설악산을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는 경로인데 어느 코스 타느냐에 따라 16~21km 왔다갔다 한다.
안내산악회라고 고속버스로 코스 입구에서 떨궈주고 출구에서 태워서 집에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있더라고. 처음 써봄.
부랴부랴 앱으로 예약했는데 버스 시간이 12시 30분임. 오후 아니라 오전임...
그렇게 버스에서 졸다 깨다 하니까 어느새 도착.
3시간 반 이동인데 1시간 잤나. 그거 잤다고 그래도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음.
존나 아무것도 없는데 내려줘서 사기당한 거 아닌가 했는데 뒤 돌아보니까 입구 보임ㅎㅎ..
지금 시각 새벽 3시 50분인데 이 새벽에 누가 등산을 하나 했지만.. ㄹㅇ 개많음ㅋㅋㅋㅋㅋ 시간 가면 더 많아짐
4시에 등산로 열리고 기차놀이 시작.
인터넷 보니까 주말엔 등산로도 교통체증 있대서 구라인줄 알았는데 ㄹㅇ임; 진정한 산의 민족
멀리서 보니까 은하수? 같기도 하고
등산로 보여주자면 대충 이렇다.
따로 조명이 없어서 랜턴을 챙겨야 하는데 없으면 위험한 정도가 아니라 진행 자체가 안됨.
저는 밤눈 밝은데요? ㅇㅈㄹ하면 대가리 부서진다. ㄹㅇ 물리적으로다가.
어떤 개붕이가 별 보기 제일 좋은 밤이라고 쓴 글 봤는데 진짜 별이 쏟아지듯 보이더라. 산 속이라 더 그런 것 같음.
사진 ㅈㄴ 못 찍는 건 이해해주셈; 야간모드를 꺼놔서 핀트가 다 조금씩 나감.
야간등산의 장점이라면 길이 멀리 안 보이니까 오르막길 보고 미리 기죽을 일도 없음ㅋ
땅만 보면서 가다 보니까 어느새 반 좀 넘게 왔다. 퍼질 사람은 이미 퍼졌기 때문에 이쯤 되면 교통체증도 없어짐.
뒤지는 오르막길 몇 개 끝내니까 슬슬 동이 트기 시작한다.
뒤에서 영남회장같은 아재가 일출 보려면 페이스 올려야 된다고 옆사람한테 쿠사리 넣길래 나도 덩달아 마음 급해지기 시작함.
등산하면서 제일 기분 좋을 때 = 정상 1km 이내로 남았을 때
기분 탓인지 모르겠는데 정상 가까이서는 미터수가 확확 주는 것 같다.
트레일러닝 하듯이 올라오니까 다행히 해 뜨기 전에 정상 도착함.
게거품 물고 엎어져있는데 뒤에서 오 뜬다!뜬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음.
속초 바닷가와 지평선 너머로 뜬 해
조금 뿌옇긴 했는데 가시거리 너무 좋았음.
일출 찍는 사람들을 찍는 나
정상석도 한 번 찍어주고요
올라왔으니 이제 내려가자. 오색에서 시작하는 설악산은 정상찍고부터가 시작임.
앞으로 13키로 좀 넘게 남았다.
운무가 예쁘게 끼었음
설악산은 사진같은 암석이 길의 80%임. 와 기암괴석 멋있네~ 저런데 올라갈 수 있나? <- 사람가는 길임.
근데 하필 어제 비가 와서 돌들이 다 젖어있었음.
진짜 대가리 여러번 깨질 뻔 했는데 중청에서 소청 내려가는 길에선 어떤 아줌마 울고있더라. 무섭다고ㅋㅋㅋㅋ
원래 공룡능선이라고 국립공원 제1경(제일 멋있다는 뜻) 코스로 내려가려고 했는데
젖은 돌 밟고 불귀의 객이 될 것 같아서 완만한 코스인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함.
공룡능선은 산양이 갈 길을 사람이 뺏은 느낌이라는데 담에 좀 더 좋은 등산화 신고 도전해 봐야겠음.
참고자료) 공룡능선 1275봉 고개넘는 길
1275봉 자체에 올라가는 용자도 물론 있다(많다)
천불동계곡을 따라서 등산로를 내 놓았는데 그늘이라 시원하고 급경사 적고 물소리 들리고 풍경 지리고 캬 신선놀음이 따로 없음.
근데 철제계단 밑이 뚫려있다 보니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좀 힘들 수 도 있다ㅋㅋㅋ
물론 공룡능선에 비하면 키즈카페 수준이긴 함.
폭포 개멋있음
불타는 무릎을 달래며 내려오다 보니 이제 급한 경사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비선대에 오면 조상님들이 불굴의 의지로 바위에 새긴 ‘000 왔다감’을 볼 수 있다.
위쪽 단풍은 다 떨어졌는데 아래쪽은 많이 남아있어서 지금 딱 보기 좋더라.
케이블카 탈 수 있는 소공원서부터 비선대까지는 급경사도 없고 길도 포장되어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나들이 겸 가보는 것도 좋을 듯.
저기 대청봉에서 여기까지 옴ㅋㅋㅋ
이렇게 울산바위가는 갈림길에서 17km의 여정을 마무리 했다.
생각보다 할만하니 겁먹지 말고 개붕이들도 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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