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8년여 만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개선에 나선다. 증권사들이 본연의 업무인 모험자본 공급이 미미하고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종투사 진입 및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노리고 있는 증권사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IB 강화를 골자로 한 종투사 제도 개선 방안 검토에 나섰다.
종투사 제도는 2013년 정부가 혁신기업 성장과 기업의 해외프로젝트를 지원하는 IB를 육성하기 위해 만들었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모험자본 공급보다는 부동산 금융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 8월29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에서 종투사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했다.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김 위원장은 종투사 관련 "부동산에 치우친 부분은 줄이고 기업금융, 특히 모험자본 쪽에서 (종투사가) 역할을 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감독 규정이나 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하나증권·KB증권·메리츠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등 9개사다.
종투사에 신청하려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종투사로 선정된 증권사는 사업 영역과 규모를 확대하고 헤지펀드 대출 등 자산 증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이행할 자격을 부여받는다.
이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위해 종투사 진입을 노렸다.
특히 종투사 진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던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은 금융당국의 제도 개편 선언으로 인해 종투사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위가 종투사 제도 개선에 돌입하면서 자격 요건이 변경되거나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10위 대신증권은 종투사 조건 충족했고, 11위 교보증권도 지난 7월 종투사 및 초대형 IB 인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종투사 인가 요건을 모두 충족해 신청을 앞두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인 개편 사항이 발표되지 않아 금융위와 커뮤니케이션을 진행 중인 상태"라고 응대했다.
◆ 종투사 개편에 초대형 IB인가 일정도 차질
금융당국이 종투사 손질을 예고하면서 올해 초대형 IB 입성을 노리던 대형 증권사들의 일정 변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종투사 개편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 초대형 IB 인가를 위한 심사를 늦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다각화 할 수 있다. 자기자본 대비 2배 규모로 어음을 발행해 부동산·채권투자·기업금융 등에 투자, 레버리지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초대형 IB 자격 요건을 충족한 증권사는 하나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신한투자증권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초대형 IB 진입을 밝히진 않았지만, 메리츠증권·하나증권·키움증권 등 은 초대형 IB진입을 공식화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초대형 IB 인가가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만큼 초대형 IB 제도 손질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17년 이후 추가 초대형IB 증권사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 5개사 뿐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IB는 투자에 제한이 많아 금리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 "제도 개선을 한다 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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