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이 전날(10월 31일) 발사한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9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하고 공고한 평화"라며 "핵무력 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오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과 한미일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틈을 노려 ICBM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ICBM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규탄했으며 4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화성포-19형, 최대고도 7천687㎞.. 1천㎞ 85.9분간 비행
1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전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성포-19형(이하 화성-19형)은 최대고도 7천687.5㎞로 상승해 1천1.2㎞ 거리를 5천156초(85.9분)간 비행한 후 동해 공해상 예정목표수역에 탄착했다.
통신은 이날 시험발사에 대해 "철저한 대응의지와 전략공격력의 절대적 우세를 과시한 중대한 시험"이라며 "최신형 전략무기체계시험에서는 전략미사일능력의 최신기록을 갱신하였으며 세계최강의 위력을 가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억제력의 현대성과 신뢰성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고 전했다.
화성-19형에 대해서는 "화성포-18형과 함께 운용하게 될 최종완결판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화국을 방어하고 침략행위들을 철저히 억제하며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수호하는 데서 제1의 핵심주력수단으로서의 사명과 임무를 맡아 수행하게 된다"고 전했다.
딸 '주애'와 동행한 김 위원장은 발사 현장에서 "신형 ICBM 발사에서 확실한 성공을 이룩함으로써 동종의 핵투발수단 개발에서 우리가 확보한 패권적 지위가 절대 불가역이라는 것을 세계 앞에 보여주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며 또한 우리 국가의 전략공격무력을 부단히 고도화해나가는 노정에서 필수적 공정"이라며 "핵무력 강화노선을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하고 공고한 평화"라고 덧붙였다.
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이번 화성-19형은 ICBM의 위력을 키우기 위해 다탄두화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일 모두 리더십 흔들.. ICBM 발사로 존재감 과시
尹, ICBM 발사에 "강력 대응".. NSC, 대북독자제재 신규 지정
이날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과시하면서 추후 미국과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한미일 모두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인 것도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데 부담이 없었다는 평가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농단 의혹으로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일본 이시바 총리는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달성에 실패하며 총리 자리를 지킬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도 오는 5일 대선을 치르는데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정부를 이어 정권 연장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 프레임을 전환하고 내부 주민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합참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현재 미국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이라며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기습 도발도 획책할 수 없도록 빈틈없이 대비하라"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지시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NSC 상임위원회에서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신규 대북 독자 제재를 지정키로 했다. 다만, 신규 대북 독자 제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일 외교장관 "北 ICBM 발사 강력규탄.. 도발적 행동 중단해야"
유엔·EU 등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규탄.. 유엔 안보리 4일 회의 개최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우리는 한반도와 그 너머의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는 도발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북한에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이날 통화로 북한의 ICBM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발사가 북한 헌법상 한국이 적대국이라고 규정했다고 발표한 이후에 이뤄진 점을 주목한다"면서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북한이 즉시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를 이룰 수 있다"면서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로 북한이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이 되는 불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31일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북한의 지속된 미사일 발사는 관련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우려를 지속하고 있다"며 "외교적 관여만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길로 남아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파병과 무기 제공이 그렇듯 이것(ICBM 발사)은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대량살상무기(WMD) 운반 수단을 계속 개발하겠다는 끊임없는 의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캐서린 웨스트 인도태평양 담당 부장관 명의로 낸 성명에서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한다"며 "이런 행동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적인 탄도 미사일 발사는 지역 안정을 크게 해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계속 불안정하게 한다"며 "북한이 불법적인 발사를 삼가고 대화로 복귀하고 불법적인 핵·탄도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오는 4일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다루는 안보리 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몰타, 슬로베니아, 영국 등 안보리 이사국 7개국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 도발과 관련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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