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안의 영 블러드, 앤트완 사전트

가고시안의 영 블러드, 앤트완 사전트

엘르 2024-11-01 00:00:10 신고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어린이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현대미술의 흐름을 선도하는 아이콘이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2021년 세계적 갤러리 가고시안의 디렉터이자 큐레이터로 임명된 앤트완 사전트다. 당시 보수적인 가고시안의 행보에 아트 신이 들썩였지만, 그는 ‘현대미술이란 이런 것!’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면서 자신의 능력을 확고하게 입증했다. 가고시안 데뷔전으로 선보인 〈사회적 작업 Social Works〉에서는 현대사회 문제와 관련된 작품을 소개하며 사회적 맥락에 깊이 관여하는 예술을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 〈사회적 추상 Social Abstraction〉 전시를 통해 추상화의 전통적 개념에 도전하는 현대 흑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했다. 앤트완은 아트 신에서 중요한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 미술 평론가로,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탐색하는 문화 융합자로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예술과 사회 문제의 교차점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며 더 넓은 문화적 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도전은 예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Kahlil Robert Irving, ‘FlatGROUND_Section [Ground Celebration] Pipe Fragment + faux fruit & BELL’(2023~2024)

Kahlil Robert Irving, ‘FlatGROUND_Section [Ground Celebration] Pipe Fragment + faux fruit & BELL’(2023~2024)

어린 시절 버락 오바마의 미국 상원의원 선거운동에 자원하고 힐러리 클린턴의 인턴으로 일하는 등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교육학을 전공하고 NYC에서 유치원 선생님으로 일했다. 예술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21세 때 뉴욕으로 이주하며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났다. 이들은 내게 예술의 여러 측면인 문화, 정치, 정체성, 표현, 재료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 만남이 이어질수록 예술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그때부터 예술가들에 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으로 큐레이팅을 시작했고, 결국 갤러리 디렉터가 됐다. 이 길은 계획된 것이 아니라 내 관심사에 따라 매력적인 예술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열린 것이다.

2021년 가고시안 갤러리 큐레이터로 임명됐다. 당시 예술계를 위해 부여받은 임무가 있다면
내 사명은 현대사회와 문화에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계속해서 소개하는 것이다.

〈Social Works〉(2021)

〈Social Works〉(2021)

〈뉴욕타임스〉와 〈뉴요커 The New Yorker〉에 예술 평론가로서 글을 써왔다. 기사 작성과 전시 기획은 접근방식에서 어떤 차이가 있나
글쓰기와 큐레이팅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큐레이팅은 공간에 있는 작품을 가지고 글을 쓴다. 즉 작품을 공간에 배치하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특정 메시지와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10년 넘게 예술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작품에 관한 기사를 작성한 경험이 없었다면 큐레이터가 될 수 없었을 거다. 데뷔 전시 〈사회적 작업〉은 12명의 흑인 아티스트 작품으로 예술과 사회적 실천 사이의 교차점을 파헤쳤다. 첫 전시인 만큼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이 전시를 준비하며 도전했던 과제가 있다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어본 경험은 없었지만 가고시안 동료인 캐시 파치엘로(Kathy Paciello)의 전문 지식과 지원 덕분에 전시에 속도를 낼 수 있었고, 성공적으로 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훌륭한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랜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해 흑인 예술에 대한 시도가 많았다. 흑인 예술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흑인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예술은 단순히 불평등을 바로잡으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사회 문제를 비롯해 아름다움과 존재, 소속감에 대한 질문을 탐구하는 역동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예술 형식이나 재료 변형 같은 요소들이 인간의 경험과 폭, 깊이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런 접근은 앞으로 흑인 예술이 문화 전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Social Abstraction〉(2024)

〈Social Abstraction〉(2024)

2019년 15명의 젊은 흑인 패션 사진작가가 참여한 〈더 뉴 블랙 뱅가드: 포토그래피 비트윈 아트 앤 패션 The New Black Vanguard: Photography Between Art and Fashion〉을 출간했다. 그 출발점은
이 책의 기획 의도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커뮤니티를 조명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술 창작에 대한 형식과 패션 사진의 상업주의를 혼합해 다양한 문화 커뮤니티가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과 패션을 넘나들며 당신이 찾고 싶은 것은
예술과 패션뿐 아니라 음악, 영화, 무용, 스포츠를 아울러 문화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관심이 많다. 점점 다양한 문화 분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티스트, 공연예술가, 운동선수 등 자신을 창의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서로 소통하고 있다. 이런 소통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배우고, 각자의 삶에 다른 문화 요소를 접목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이런 변화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다.

〈Social Abstraction〉(2024)

〈Social Abstraction〉(2024)

현재 열리고 있는 〈사회적 추상〉전은 흑인 예술가들의 세대 간 추상 형식과 사회의식을 탐구한다. 이 전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세대를 아우르는 흑인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전시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기획됐다. 〈사회적 추상〉전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추상적 개념을 사회적·물질적 맥락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머리카락을 고정하는 풀에서부터 천, 아크릴 물감, 심지어 머리카락을 사용해 예술적 형식과 특정 사회적 경험을 연결한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흑인 아티스트는
데릭 애덤스(Derrick Adams), 사이 개빈(Cy Gavin), 로런 할시(Lauren Halsey), 릭 로(Rick Lowe) 그리고 타일러 미첼(Tyler Mitchell).

〈Social Works〉(2021)

〈Social Works〉(2021)

당신의 경력에 중추적 역할을 한 멘토가 있다면
내 예술적 지식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을 준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힐튼 알스(Hilton Als). 그리고 내가 뉴욕으로 이주할 당시 주목받던 예술가 케빈 비슬리(Kevin Beasley), 아월 에리즈쿠(Awol Erizku) 등이 있으며, 이들은 최근 가고시안 홍콩의 〈사회적 추상〉 전시에 참여했다. 또 중요한 메시지와 가능성을 보여준 전시 역시 내 멘토로 삼는다.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열린 미칼렌 토머스(Mickalene Thomas)의 〈우주 기원 Origin of the Universe〉 전시처럼.

예술계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원하기 위한 큐레이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더 넓은 세상을 반영하는 예술세계를 촉진하는 일. 흥미로운 예술 작품을 플랫폼화해서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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