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 공동 브랜드 출시로 연금투자 고수익 기대
주식·채권·대체 투자등 혼합형… 원리금보장→실적배당 디딤돌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개선하고자 도입한 ‘디딤펀드’가 9월 25일 첫선을 보였다. 디딤펀드는 연초부터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자산운용사들이 준비해온 업계 공동 브랜드로, 노후대비 자금 마련에 특화된 상품이다.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인 적립금을 굴려서 은행 이자 플러스 ‘알파(α)’의 수익을 챙겨보자는 취지에서다. 디딤펀드가 안정적인 투자성향의 연금 가입자들의 재테크 문턱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자산운용사 25곳에서 각 1개 펀드 선봬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25일 자산운용사 25곳에서 디딤펀드 상품 1개씩 출시하고 증권사를 통해 판매를 개시했다.
금투협은 호주의 마이슈퍼(MySuper)와 유사하게, 자산운용사별로 한 개의 디딤펀드만을 출시하게 하고, 디딤펀드라는 공통 브랜드로 협회가 통합 관리함으로써 홍보와 마케팅을 효율화한다는 전략이다.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타깃리스크펀드(TRF) 상품을 활용하거나 신규 상품으로 설계해 제시할 수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업계 공동 브랜드 디딤펀드를 통해 건전한 자산배분형 연금투자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전용상품으로 증권사 앱을 통해서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증권사도 직관적으로 디딤펀드를 찾을 수 있게 앱 화면을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수수료는 TDF(타깃데이트펀드) 등과 같은 공모펀드 수준이 될 전망이다.
“예·적금에 묶인 퇴직연금을 깨워라”
디딤펀드는 시장 중립적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공급해 원리금보장형(예·적금) 상품과 실적배당형(주식과 채권형펀드) 상품 사이 일종의 디딤돌 역할을 해내겠다는 게 목표다.
국내 연금 시장에선 ‘예·적금 이자 정도만 받아보자’라며 원리금 보장형에 넣어 두는 경우가 87%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조차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그친다. 높은 수익률보다는 노후 자금만큼은 1원도 잃지 않겠다는 불안감이 상품 선택의 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환태 금투협 본부장은 “그간 연금시장에선 주식·펀드에서 큰 손실을 보면 다시 예·적금으로 돌아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면서 “안전과 위험 추구형 중간 성격의 상품을 설계해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TDF 위주로 고착화된 시장 한계 극복 기대
디딤펀드는 퇴직연금의 운용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퇴직연금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운용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배분이다. 특히 디폴트옵션제도에서 자산배분펀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디폴트옵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연금 선진국에서는 확정기여형 적립금의 대부분이 TDF로 운용된다. 사전지정운용제도로 설계된 우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적격상품 역시 대부분 TDF의 포트폴리오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전지정운용으로 설계된 우리 디폴트옵션 제도에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구조의 자산배분펀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시장에선 밸런스펀드가 연금 상품 성격에 적합한데도 시장 입지가 유독 약하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TDF가 연금시장을 빠르게 장악한 데다 최근에는 미국 주식 등 ETF까지 가세해 더 밀리는 실정이다.
하지만 생애주기에 따라 위험도가 변하는 TDF와 달리 밸런스펀드의 경우, 일정 수준 위험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때문에 장기운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도 용이하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금투협이 디딤펀드를 밸런스펀드로 꾸린 이유 역시 상품 강점에 비해 시장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판단도 깔렸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금 선진국의 경우, 밸런스펀드가 탄탄하게 자리 잡고 TDF, ETF 등으로 다변화되는 성장 패턴을 보였지만 한국은 반대”라며 “밸런스펀드는 TDF보다 2~3년 후에 출시, 2018년 폭락장 직전후로 운용을 개시하다보니 타이밍도 따라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디딤펀드를 디폴트옵션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운용실적이 쌓여야 포함될 수 있을 전망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별 근로자의 위험성향에 따른 적합성 원칙이 그대로 준용되는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TDF의 조합으로 제시되는 자산배분형펀드는 비효율적”이라며 “밸런스펀드(TRF) 형태의 디딤펀드가 퇴직연금 운용체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차별화 된 운용전략과 운용노하우를 통해 초기 수익률을 높이고 시장의 관심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예상된다”며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는 디딤펀드가 되어야 흥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 김민정 기자 minj@fntimes.com
제공 웰스매니지먼트(www.wealth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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