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는 자산관리(WM)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자산배분전략과 리밸런싱이라는 점을강조했다. 퇴직연금에 대해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개인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에 대한 조언이다.
민주영 이사는 “자산관리 목표는 결국 노후에 대한 대비”라며 “과거와는 달리 젊은 세대들이 퇴직연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부하고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긍정적이지만 그만큼 장기적인 자산배분전략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자신의 성향에 맞는 자산배분전략을 정하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자산배분전략·리밸런싱, 방법에 정답은 없다”
민주영 신영증권 이사가 자산배분전략과 리밸런싱을 우선시하는 배경에는 ‘자기과신’이 있다.
민 이사는 “주식 혹은 채권 등 특정 자산군에 처음 접근할 때는 소규모 자본이 동원된다”며 “수익이 나면 투자자산을 점차 늘리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해당 자산가치가 오른 것을 간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대비 고평가된 자산에 투자자산을 늘리는 것은 과거 수익률이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란 ‘자신감’ 혹은 ‘자기 과신’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 수익이 난 이후에는 일종의 자신감이 생기면서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 과거 수익률에 비춰볼 때, ‘더 많은 자금을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자산의 가치는 시계추처럼 상황과 시기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고평가된 자산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면 그 이후에는 손실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주영 이사는 “자산배분전략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원리금 보장, 주식, 채권 등을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과정”이라며 “극단적으로 주식 등 특정 자산에 치우치지 않아야 효율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자산군에 투입된 자금을 저평가된 자산군에 옮기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개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산군은 예·적금, 주식 또는 금융사들이 제공하는 상품 등에 불과했다. 현재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하면서 주식은 물론 채권, 원자재, 특정 섹터 등에 투자도 가능해졌다. 이밖에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지역별 선택도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자산배분 선택지 폭은 월등히 많아졌다.
민 이사도 퇴직연금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다양한 ETF의 등장을 꼽았다. 투자자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수익률 부분이 유독 부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민 이사는 “다양한 ETF의 등장은 투자자들에게 분명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중국 전기차 ETF 등 테마적 성격이 강한 상품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택을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버드콜ETF를 ‘월지급배당ETF’로 표현하는 운용사들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ETF 시장은 퇴직연금 확대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ETF는 분산투자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투자상품으로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특정 섹터를 추종하는 ETF는 다양한 기업들을 편입하는 만큼 개별 기업 선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특정 섹터’에 국한되는 탓에 해당 산업에 대한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게 된다. 시대 흐름을 잘 타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지만 이 같은 ETF에 투자비중을 극단적으로 높이면 자산배분전략 자체에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커버드콜ETF는 기존 운용사들의 자산운용 전략 중 하나인 ‘커버드콜’에서 유래됐다. 커버드콜 전략이란 콜옵션(특정 자산을 정해놓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매도를 통해 관련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것이다. 특정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고스란히 프리미엄을 가져갈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가 크게 오르면 매도를 한 주체는 콜옵션 행사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물론 주식시장 상승 시 여타 자금에서 수익금이 발생하겠지만 콜옵션 매도가 일부 수익률을 갉아먹게 된다. 반면,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여타 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지만 콜옵션 프리미엄 수취 분을 마치 배당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유사한 상품이 주가연계증권(ELS)이다. ELS 역시 ‘스트랭글 매도’, ‘스트래들 매도’ 등 운용전략을 상품화한 것이다. 개인들이 구사하기 어려운 전략을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투자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로 구성돼 있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커버드콜ETF’에 경고를 보낸 이유도 불완전판매에 있다.
민 이사는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운용을 위해 어떤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개인 스스로 공부를 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컨설팅도 적극적으로 받아보는 등 이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수단과 방법을 열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산배분전략과 리밸런싱은 ‘정답이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본인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 금융사와
고객 모두 ‘Win-Win’
사실 민주영 이사는 퇴직연금 등 WM 부문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외부에서 밀려오는 초청강연 등을 다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민주영 이사는 “최근 모 지역에서 퇴직연금 관련 강연 요청이 있었는데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 강연을 통해 받는 수입은 차비 정도에 불과했다”면서도 “이런 자리가 종종 있는데 그럼에도 강연을 들으러 온 사람들이 건네주는 ‘감사하다’는 한마디가 너무 고맙기 때문에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는 손실을 보고 누군가는 이익을 보는 곳이 투자시장이라고 하지만 WM은 금융사와 고객이 반드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 이사는 특히 ‘자리이타(自利利他)’를 강조했다. 그 스스로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정은 분명 자신을 위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깨달음이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민 이사가 테마성ETF나 커버드콜ETF와 같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없는 상품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당 상품들이 무조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롱 런’이 필수인 자산관리 시장에서 변동성이 높은 상품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야기할 수 있는 상품은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 이사는 “결국 자산배분전략이나 리밸런싱은 그 결정 과정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연령을 포함한 성향, 투자철학 등을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각 자산이나 상품 구조 등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투자자들
최근 국내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투자전략 혹은 상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영 이사는 “AI발전은 분명 금융시장 분석과 의사결정을 위한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것”이라면서도 “이는 AI가 투자자에게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해외 퇴직연금 분야에서 AI는 관리업무에 초점을 맞춘다. 전문가들이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과정을 돕거나 고객관리 등에 집중돼 있는 것이다. 현재 주목받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AI관련 컨설팅이나 상품들이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수년 전에 주목을 받았으며 한 때는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민 이사는 “AI를 통한 투자에 대해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AI 기술을 전문가들이 활용하거나 고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며 이 또한 참고 수단임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 훗날 AI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을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 혹은 행동 경제를 기반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AI는 복잡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미래를 맞추는 ‘신의 영역’을 넘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민 이사는 “퇴직연금 그리고 더 나아가 WM 시장은 극단적으로 특정 자산이나 기술에 몰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산배분전략과 리밸런싱을 먼저 결정하라는 것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들도 어떻게 하면 고객의 자산을 잘 운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안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문에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 이성규 기자 lsk0603@fntimes.com
제공 웰스매니지먼트(www.wealth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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