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尹·명태균 통화녹음 공개’...탄핵 사유 될까?

[분석] ‘尹·명태균 통화녹음 공개’...탄핵 사유 될까?

폴리뉴스 2024-10-31 18:50:30 신고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공천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와의 통화녹음 내용을 두고, 윤 대통령 탄핵 사유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우세하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할 육성이 최초로 확인됐다”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 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했다. 이에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답했다. 

녹취를 공개한 민주당은 탄핵 여부에 대해 여론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탄핵 사유도 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국민이 판단할 내용”이라고 답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시는지 여론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이고 최우선”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당 지도부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이재명 대표는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으로서는 일종의 정치적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하고 그 대응도 비상하게 해야겠다는 얘기들이 많았다”며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에 개입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이것은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우선 내달 2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시작으로 여론전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승래 대변인은 이날 지도부 비공개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내달 2일에 있는 집회에서 당원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내일(1일) 긴급으로 국회의원-지역위원장 비상 연석회의를 진행해서 현재 상황을 공유할 것이다.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 말을 들어보니 당원들의 참여 의지가 매우 높다고 확인된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통화 당시 윤 대통령이) 당선자였든 대통령이었든 중요하지 않다. 주권자인 국민이 부여한 신임을 저버리고 신뢰가 무너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헌법 가치를 철저히 훼손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얄팍한 법리적 다툼으로 이 문제를 빠져나가려는 시도는 적절치 않고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대통령 재임 시절에 이뤄졌던 일들에 대해서도 곧 드러나지 않겠나”라며 “어떤 거짓말로 이 상황을 모면할지 국민들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윤 대통령 즉각 하야 및 민주당 탄핵 동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가 담긴 녹취보다 더 명확한 공천 개입 증거가 어디 있겠나”라며 “이보다 더 명백한 탄핵 사유는 없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을 경우 답은 탄핵밖에 없다. 탄핵 스모킹건이 나왔다”며 민주당의 동참을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천 개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 자체가 공적이지 않고 사적인 대화기 때문에 공천개입으로 보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이) 취임식 하루 전날이라 무수히 많은 분과 통화했던 것 같다. 명시적으로 김영선 전 의원에게 공천을 준다는 이야기가 없고, 워낙 여러 사람과 대화해서 명씨와의 대화 내용도 기억에 없던 걸로 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도 “탄핵 사유라는 것은 대통령이 된 이후에 직무상 직무를 하면서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가 있을 경우가 탄핵 사유인데 (통화) 일시는 대통령 취임하기 전에 당선인 신분에서 대화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된 (것처럼) 선거, 공천 개입 행위 아니냐고 주장하는 분도 있는데, 그 사건은 당시 청와대에서 총선 관련 여론조사를 하고 그 여론조사 내용을 당에 전달하고 친박 정치인들을 특정 지역에 배치하기 위해서 경선 리스트까지 보냈던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명씨가 하도 그 부분에 가서 요청을 하니까 그냥 말씀하셨다는 것”이라며 “실제적으로는 당으로부터 공천 관련해서 무슨 보고를 받은 바도 없고 또 거기에 대해서 의견 표명한 사실도 없다는 거다. 그건 아무 문제가 안 되고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당에서 의견을 물어봐서 의견을 얘기한 거는 당의 1호 당원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 입장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그런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평론가들은 탄핵 법적 요건을 갖췄느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야당의 공세가 심해질 것이라는 데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탄핵에 있어서 ‘국민들이 원하느냐’와 ‘법적 요건을 갖췄느냐’ 2가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당선자 신분이었느냐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최소한의 법적 요건은 됐다고 본다”며 “이제는 국민 여론이 굉장히 중요하다. 탄핵을 한 번 겪었기 때문에 또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판단할 것이다. 향후 탄핵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70% 가까이 나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법적 요건이 아예 안 된다면 쉽지 않겠지만 법적으로 조금 미흡하더라도 주권자가 요구하면 헌법재판소도 사유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탄핵 사유가 여러 개였지만 국민이 원하니까 끼워 맞춘 부분도 있다. 그전까지 ‘경제공동체’로 처벌받은 사례가 한 번도 없었다. 국정농단이라는 점이 재판부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반대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사례를 들며 “노 전 대통령도 선거 개입 발언을 했지만 국민 여론에서 반대가 높아서 기각됐다”고 말했다. 

반면 황태순 평론가는 노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며 “의견을 얘기한 것으로 탄핵 사유가 되지 않았다”며 이날 공개된 녹음 내용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법률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 할지라도 정치적으로 공세하기에는 딱 좋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2월 취임 1주년을 맞아 방송기자클럽에서 주최한 특별회견에서 17대 총선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잘해서 열린우리당에 표를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야당은 노 전 대통령이 ‘선거 중립 위반’했다며 탄핵 소추에 나섰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면서도 탄핵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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