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조사 결과 브리핑서 선수단 의견 익명 공개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코치가 파트별로 한 분씩 있으니 잘하는 선수 위주로 지도받고 막내들은 자기들끼리 운동한다", "(비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이 막히니까 실력이 제자리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1일 대한배드민턴협회 사무 검사·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들의 의견을 익명으로 공개했다.
전체 국가대표 선수 51명 가운데 36명이 조사에 응했고, 문체부는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선수들은 대표팀 코치진과 국가대표선수촌 의료 인프라가 수요에 비해 부족하다고 말했다.
코치진 부족 문제와 관련해선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1진 선수에게 코칭이 집중돼 젊은 선수가 소외당한다. 반면 다른 나라에는 1진, 2진 코치가 따로 있다", "영상 분석 인력이 있지만 영상을 편집해 보내주기만 해 '영상 편집가'에 가깝다. 전문적이지 못하다" 등의 성토가 나왔다.
선수촌 의료 인프라의 경우 "관공서팀 소속 선수들은 선수촌에서 치료받고, 관리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같은 시간에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충분히 관리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2진 선수는 "협회 트레이너는 올림픽 출전 선수 위주로 지원하기 때문에 저는 선수촌 내 메디컬 센터를 많이 갔지만, 다른 종목 선수들도 많이 있어 진료와 처치가 밀리는 경우 많았다"고 전했다.
개인 트레이너 제도에 대해선 "본인 돈으로 하고 싶다면 막을 이유는 없다", "다른 선수에게도 동기 부여가 될 것" 등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대표팀 훈련 강도와 내부 규율이 지나치다는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새벽 훈련의 경우 "그 시간에 부상이 많이 온다", "새벽 훈련을 쉬는 날엔 오전·오후 훈련 집중도가 높아진다"며 부정적이었다. 산악 훈련에 대해선 "미끄러지는 등 부상 위험이 높다"고 평했다.
주말 외박 제한에 있어선 "다른 종목과 달리 지도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외박을 허용해 주지 않았다", "결혼도 했는데 주말 외박이 제한된다. 일정이 없어도 선수촌에 묶여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왔다.
대표팀 소집에 있어선 "국제대회가 끝난 뒤 바로 소집되다 보니 지난해 소속팀에 한 번도 못 갔다. 다른 선수도 365일 중 300일을 국가대표팀에 있었다"는 불만이 나왔다.
빨래·청소 등 부조리 문제의 경우 여자팀은 올해 3월 안세영의 내부 문제 제기 이후 대부분 사라졌고, 남자팀은 조금씩 없어지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非) 국가대표의 국제대회 출전 제한 규정은 선수들 사이에선 폐지론에 힘이 실렸다.
한 선수는 "랭킹이 저보다 낮았던 다른 나라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랭킹을 많이 올렸다. 경험이 많아야 실력이 느는데 그걸 막고 아예 못 나가게 하니까 (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선수도 "국가대표에서 떨어져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1년이 지나면 그동안 쌓아놓은 랭킹 포인트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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