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들은 '바쁘다'. 병원의 언어뿐만 아니라, 방송과 유튜브의 자극적인 언설, 그 밖의 풍문으로 존재하는 ‘암 극복 서사’와 함께 ‘완치’를 목표로 일상이 재배치되면서다. 30대 중반에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저자 김도미는 그러나 당사자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죄책감을 강요하는 암 치유 문화를 비판하며 이 책을 썼다. “완치를 목표로 재배치되는 일상 속에서도 암 경험자가 누려야 할 존엄과 자유”가 있다는 것. 책은 이를 치열하게 탐구한 개인적 기록이자, 한국 사회에서 암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돌아본 사회적 기록이다. 동시에 환자 개인에게도, 환자를 앞에 두고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혹은 또 다른 질병 경험자들에게 도착한 ‘존엄과 자유의 책’이기도 하다.
■ 사랑과 통제와 맥주 한잔의 자유
김도미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360쪽 | 17,000원
Copyright ⓒ 독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