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공모 증자 자체도 이례적…모집주선 증권사도 "실무상 어려움"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010130]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하며 내세운 3% 청약제한 규정이 상당히 이례적이며 실무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증권가에서 잇따르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고려아연이 택한 일반공모 유상증자 3% 청약제한 규정은 보기 힘든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형증권사 ECM(주식자본시장)본부 관계자는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하면서 청약자당 물량 제한을 두는 규정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고려아연도 법률 자문은 다 받았겠지만 일반적인 일반공모 증자에서는 이런 사례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반공모를 하는 회사는 보통 자본확충을 시급히 진행해 상장폐지를 막아야 하는 정도의 회사"라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권 기업이 일반공모 증자를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특이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와 발행사가 모집 과정에서 특별관계자를 걸러낼 수 있는 마땅한 수단도 없어 3% 청약제한룰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됐다.
한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는 "특별관계자는 고도의 판단을 요하는 개념"이라며 "계열사 관계, 의결권공동행사 약정 등을 따져 신중히 판단해야 할 개념인데 이걸 공모 과정에서 어떻게 거르고 배정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사 ECM본부 실무자도 "특수관계자와 공동보유자를 가려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마 청약 전 특수관계인의 범위와 제한사항을 알린 후 서약 등의 방식으로 확약을 받는 방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려아연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택하며 청약자 1인당 특별관계자를 포함해 약 11만2천주(공모주식의 3%)를 초과해 청약할 수 없도록 물량을 제한했다.
이때의 특별관계자는 금융사지배구조법·자본시장법 시행령에 규정된 특수관계인과 공동보유자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령상 특수관계인은 배우자와 6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 등 친족과 법인·단체의 임원, 계열회사 등을 뜻하며, 자본시장법령이 규정하는 공동보유자는 주식의 공동 취득·처분·상호 양수도, 의결권 공동 행사 등에 합의한 자들을 말한다.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017800]가 KCC[002380]와 경영권 분쟁 당시 일반공모 증자를 추진하며 1인당 300주로 청약 물량을 제한한 사례가 있었으나, 특별관계자 조건은 없었다.
지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측 진영이 청약제한 규정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이나 투자조합, 펀드 같은 투자 비히클을 여러 개 만들거나 아예 타인 명의로 공모 청약에 응하는 방식 등이 주로 거론된다.
사실상 청약 제한 규정을 무력화할 수 있으며, 수사기관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지 않는 이상 특별관계자들을 걸러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모집주선을 맡은 미래에셋증권도 실무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래에셋증권 관게자는 "현실적으로 특별관계자를 발라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다만 청약 제한을 두면 청약자당 금액이 750억원 정도 되는데 이만한 자금을 개인이 낼 것 같진 않고 기관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지는 유통물량이 워낙 없는 상태에서 일부 청약자가 금액을 많이 써내 가져가면 또 물량이 잠겨버리니 3%로 제한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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