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작업을 지속하고, 전시를 끊지 않기 위해 고정적인 수입은 필요하다’ 는 생각은 진행형이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진 탓인가, 이 생각은 점점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실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음마저 갖고 있다.
여러번 한 이야기지만 이 얘길 꺼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을 선택하는 과정'을 겪으며 ‘내가 성실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통해 작업을 하는데 갖고 있는 태도, 갖고 싶은 태도, 가질 필요 있는 태도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01 처음엔 작업에 쓰이는 에너지와 다른 부류의 에너지가 쓰이는 일이 필요하다 생각했다(미술업계가 아닌 일, 덜 창의적인 일 등)
02 좀 지나고 보니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단순/반복노동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대량품을 소분하는 일, 주방보조 등)
02-2 그 와중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역시 무슨 일을 하는지보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중요해’라고 잠시 즐거웠다
02-3 하지만 ‘같이 일하는 좋은 사람'은 그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함을 알게 됐다
03 내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태도를 살피는 사람들과 상대의 가치관을 존중하며 일하는 것’이었다.
조금 더 나아가서 관점을 얘기할 수 있는 이들과 함께라면 더 좋겠다. 너무 많은걸 바라는 거 아냐? 싶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 내가 유정으로 불릴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사실 나를 이루는 울타리의 기준이 확고하기 때문에(일반적으로 예민하다고 듣는다) 타인과 농담 한 마디 나누는데 있어서도 그 농담이 예쁜 모양이기를 바라는 탓일 게다. 좋게 말하면 진지하고 달리 말하면 재미없는 성향인데, 이런 기준들을 나열하고 보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용납할 수 없는 것에서 ‘나’와 ‘나의 작업스타일’이 드러나게 된다.
예를 들어 다음 사진들을 비교해 보자. [사진1]은 유정이라는 닉네임을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때의 그림이고, [사진2]는 보다 유정의 이름이 편해진 요즘 작업이다.
[사진1]
이전엔 예민하지 않고 대범한 사람이고 싶었고, 남들 눈에 쿨한 사람이기 위해 꽤나 애썼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더 큰 붓을 들고 먹물을 흠뻑 적셔 거칠게 종이를 다뤘다.
[사진2]
요즘엔 다른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분까지 멈춰 서서 관찰하는 나를 좋아한다. 만족할 때까지 바라보고 더 효율적이거나 깔끔한 방향을 생각해내기를 반복하며 지낸다. 그렇게 낸 생각을 작은 붓을 사용해 최대한 단정해보이도록 조심히 작업한다.
태도를 이야기하기 위해 유정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다. 어느 쪽이 좋다가 아닌, 자신에게 맞는 태도를 추구할 때 고유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고유함이 반복되어 히스토리를 쌓을 때 예술이 된다는 믿음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환경과 시간을 함께 하는 이들의 중요성을 점점 더 절감하고 있다. 대화하는 동안 뱉게 되는 낱말 하나에도 배려를 묻혀내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 그것이 퇴색되지 않는 공간에 속하길 바라며, 그런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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