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우리는 마법사일까
작가님 요즘 바쁘셨죠? 인스타보니까 공공예술 투어도 하고 책도 만들고 멋있던데, 주변에서도 관심을 좀 받으실 것 같아요.
“관심이라니, 반대예요. 흔적이 남지 않으나 뭔가를 하고 있으니 제 일이 마법사라 해도 믿을 거예요."
마법사, 잘 어울려요. 어찌 보면 (타인의 눈에 흔적이 남지 않는 일을 하는) 우리는 마법사처럼 살고 있는 거겠군요.
남들이 비생산적이라고 말하는 일들을 찾아 다니며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의 관심사에서 즐거운 노력을 기울이는 이들은 다채롭게 많고, 나와 G도 그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다니고 기록하며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궁리하며 지낸다. 특히 G는 공공예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몸소 설치작품들을 찾아다니며 그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유한다. ‘특정 장소에서 오랜 시간 터전을 지켜온 예술작품의 현장’을 담론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뜻밖의 이야기 : 확장의 시간
그의 행보는 혼자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작업하는 나로서는 여간 용기있고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 말하곤 한다. 작가님만큼 몸소 “여기 이 곳에 작품이 있어요. 이게 살아 있는 예술이에요.”라고 알려주는 이들은 드문 것 같아요. 그저 앞마당이겠거니 하던 장소도 작가님의 시선을 따라 가면 계획된 일부인 것을 알게 돼요. 사람들은 작가님의 이야기를 통해 예술이 일상에 있다는, 예술의 대중화를 체험할지도 모르겠어요.
이를 들은 G는 뜻밖의 답을 했다.
“(대중화보다는) 저는 예술이 일상에 (쉽게) 들어오지 않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깊은 철학과 촘촘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구현된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공부해야지만 알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되면(구획되면) 좋겠어요.”
대다수가 벽면에 걸려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낡고 노후되도록 살아 온 설치작품들이 있는 외부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 그게 G였다. 시선을 돌려 주목되지 않은 부분을 논하는 그였기에 나는 그 모습이 누군가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 지었던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에요. 저는 작가님이 팀원들을 모으고 공부하며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그에 대해 쉽게 다가가도록 돕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오히려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기에 ‘연구하고 탐구’하고 있었던 거군요.
그의 예상치 못한 답변은 눈이 맑아질만큼 재밌는 이야기였다. 오히려 수양(공부)를 바탕으로 시작된 문인화라는 분야를 하고 있는 내가 예술을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공공의 영역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그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를 실천했을 뿐이지, 그 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해본적이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나’ 자신에게 국한된 시야를 벗어나지 못해 아직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고려해본 적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조금 더 이야기 나눌 시간을 요청해 봐야겠다. 조만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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