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 : 홍성우 디렉터님① 구월 이십사일에 이어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한눈에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눈이 내리는 저 검은 하늘을 바라보며 ‘유정아 너 괜찮아?’라고 스스로에게 묻고 있을 법한 하늘이었다. 먹먹했다.
홍성우 촬영감독님의 ‘씨티에픽’ 이벤트였다. 필름사진에 진지한 그가 일 년간 찍은 사진 중 몇몇을 신청자에게 보내주는 것이었는데, 조금 망설이다- 혹시 그에 대해 알길 원하는 다른 이의 기회를 내가 방해하는 것일까봐- 다시 망설이다 신청했다. “저는 7번이요..!”
몇 개월 후, 어느 날의 선물처럼 액자를 건네받았다.
액자가 쉽게 나온 것 같지만, 여기까지- 나와 같은 당첨자들의 손에 쥐어지기까지 어찌나 쉽지 못했는지 과정이 보배였다. 내가 한지를 고르는 것보다 더 꼼꼼하게 인화업체를 찾았으며, 액자의 나무와 짜임새까지 두드리고 두드리며 결정했다고 한다.
그 과정을 나열하며 액자를 받는 이보다 신난 그의 모습은 한층 더 리듬이 들어간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그간 그와 함께 해온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남들이 보지 않는 디테일에 꿈을 담는 사람, 그래서 눈이 빛나는 사람, 그리고 옆사람까지 꿈에 동조시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림과 사진의 관계를 종종 생각해보곤 하는데 중요한건 “누가 그것을 작업했는가”임을 곧 상기한다. 특히나 결과보다 과정에 동화되는 요즘, 그 과정이 얼마나 치열하며 어떤 서사를 지니고 있는지가 눈에 띄는 요즘. 나의 서사를 기꺼이 응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그가 떠오를 것이다.
여러분은 어떠할까, 맛있게 밥 먹으며 코앞에서 이 말을 듣는다면.
“그래 해 봐. 그건 딱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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